블로그 이미지
주할미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Notice

2010년 4월 15일 목요일 / 날씨 : 쌀쌀해

 

- 주요 생활 내용

날씨가 왜 아직도 이러지? 이제 4월하고도 15일인데 믿을 수 없다.

오늘은 좀 빡빡하게 써볼까... 연등도 해주고... 건빵이나 좀 주지.

끊임없는 이 놈의 먹는 욕심. 밖에서는 안 먹어서 욕 먹었는데 여기서는 포크레인처럼 쓸어먹네.

근데도 속도가 느리고 위장이 아직 작아서 빨리 많이 먹지 못하는 내가 안쓰러울 지경이라니..

 

너무너무 많이 먹고 싶었던 그 때 그 시절

굴삭기 같았던 내 입...

 

 

군대는 나를 변화시킨다.

태권도와 도수 제식 평가는 그래도 무난했다. 군기소대장님이 또 겁 팍팍 주시면서 우리 소대 평가하셨는데.. 은ㅇ이는 내가 봐도 실수가 너무 많아서 걱정된다. 더 연습하면 나아지려나. 본인도 스트레스 받을텐데.

 

 

중학교 때 합기도 1단을 획득한 발군의 실력으로

발차기만큼은 잘한다고 칭찬 받은 할미

특작군도 다 때려잡을 기세의 이 분의 발차기에 경의를 표한다.

 

음. 다음주부터 새로운 자치근무자들이 봉사할텐데, ㅇ찬이가 수고를 많이 했다. 여자애들 사이에서도 일 잘하고 잘 이끈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관심 있어 하는 애들도 더러 있다. 우리 소대에 괜찮은 애들이 조금씩 눈에 띈다.

여기도 사람 사는 데라고, 처음 다 똑같이 머리 깎여 놨을 땐 거지 같았는데, 이 가운데서도 옥석을 가리고 있는 우리가 웃기다. 임관하고 뭐 나중에 배치 받고 나면 여기서도 은근 커플이 나오겠지? 비록 지금은 비행일지언정...

월요일에 이론평가. 과락까지야 받겠냐만은. 책 좀 들여다봐야하나? 내일 전투구보에 총검술에 불침번 말번입인데 ㅠㅠ

이렇게 일주일이 또 지나간다. 유격 주가 지나가면 특박도 곧 찾아오고, 진짜 봄날씨도 오겠지?

3kg 총이 버겁고, 단독군장에도 헐떡거리는 나지만, 유격이 기대된다. 3일만에 식스팩을 만들어준다는 그 유격.. 내일 총검술이나 잘해라~

 

- 동기생 관찰

윤정ㅇ : 웃음이 헤프고 성질도 사나워서 어느 장단에 맞출지 감이 안 온다.

김지ㅇ : 못 봤지만 태권도 엄청 못하는 모양 ㅋㅋㅋ

윤은ㅇ : 의지만큼 건강이 받쳐주면 참 좋을텐데 ㅠㅠ

 

 

posted by 주할미

2010년 4월 13일 화요일 / 날씨 : 바람 너무 심함

 

- 주요 생활 내용

피곤하고 고된 하루가 또 가긴 가네. 비상 터져서 진짜 내 심장도 같이 터지는 줄 알았다. 다행히 재빠른 선ㅇ언니가 나 대신 총가키 가져와서 난 내 짐 싸는데 집중할 수 있었다. 내 몫을 다 못 해서 좀 아쉽다.

늦지도 않고 안 가져간 것도 없어서 비교적 성공적이긴 했지만... 114명이나 사상자였다니 놀라웠다. 비상이 쉽지는 않더군.

무엇보다도 전투배낭 메고 엎드려 있으니... 배낭이 방탄 헬멧을 누르고 그게 또 안경을 누르고 안경이 내 코를 누르고.. 그게 힘들더라.

 

 

내 비록 지금 이곳에 있으나, 정말 군대는 두 번 올 곳은 아닌 것 같다. 다시 한 번 군 경력자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내일은 화생방이다. 일찍 자야하는데 늘 이런 식이다.

감기 초기 증상이 보인다. 아픈 동기들이 많다. 난 아픈 축에도 못 끼는 거라고 주문을 건다. 내 다리는 아직 움직일 수 있고, 내 고관절도 아직 버틸 수 있다. 엄살 부리지 않아야 한다. 가뜩이나 느려터진 주제에 아프기까지 하면 안 된다. 집총제식. 태권도도 이제 겨우 적응해가잖아. 구보도 뛸 만하잖아.

할미야 힘내자. 자고 일어나면 안 아플거야.

 

 

- 동기생 관찰

손민ㅇ : 똥꼬 변비.. 감기가 찾아옴.

윤초ㅇ : 하나의 깃털처럼 날아갈 듯 좋음. 다만 몸이 무거움..

노미ㅇ : 감기가 떠나가네

 

 

posted by 주할미

2010년 4월 10일 토요일 / 날씨 : 딱 좋음

 

 

- 주요 생활 내용

 

특내 종료 행사!

나는 말(horse)이 되어 계주 1위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당당히 돌아왔다.

주사인볼트

 

우리 소대가 이렇게 단합하고 신나서 함께 즐기는 걸 보니 정말정말 기분이 끝내주더라. 하지만 내 몸은 또 만신창이.. 줄다리기도 잘하고 응원도 최고였다. 사기가 한껏 솟아올랐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행복은 가까이에 있더라 ㅋㅋ 행사가 성공적이어서 124기가 다들 자랑스러웠다.

 

※ 친절한 할미의 참고사항 - '특내종료행사'란?

 

▲ 나름대로 1-2를 표현한 카드섹션임. 얼굴 잘 안 보이지?

 

특내- 라는 3주간의 군인화 과정을 버틴 자들에게 주어지는 기념행사.

본래는 선배들이 찾아와 맛있는 것도 사주고 함께 어울리는 시간도 갖지만 우리 124기 때는 천안함 사건 때문에 행사를 크게 계획할 수 없었고, 그래서 선배도 거의 못 왔다. 우리끼리 소대장들과 체육행사 하는 정도에서 마무리했다.

나는 1년 아래 기수인 126기 특내종료행사에는 참석했다. 126기 때는 125기 선배가 가는 것이 맞지만 여군이 1년에 한 기수 뿐이었어서 124기 여군들도(남군 몇명하고) 꽤나 많이 126기 후배들을 응원하러 갔었다. 불쌍한 후배들 과일이랑 케이크 같은 거 먹이고 함께 발야구하고.. 가사도 멜로디도 가물가물해진 기생가를 동기들과 같이 불렀던 울컥한 기억이 난다.

 

늦게 편지를 나눠줬다. 집에서 안 보내셨더라... 그래도 나는 8통이면 많이 받은 축에 속했다. 성질 나는 건 쌍코피 애들한테서 한통도 안 왔다는 사실이다. 내가 심지어 편지 2장씩 다 써주고 왔는데! 뭐 그렇게 바쁘다고 편지 한 통을 안 해? 나쁜 년들.. 아 욕 나와.. 15년 우정이 한 달만에 쫑 나나요. 특박 나갈 때까지 안 보내면 연락 안 해. 죽여버리겠다... 난 이제 총기도 다룰 줄 아는 여자다. M16A1... 곧 소총 사격도 배울 거다. 너넨 다 죽었어. 기분 좋은 하루를 이렇게 마무리 하네.

 

편지는 나의 힘.

특내 기간에는 편지를 받아볼 수 없다.

미리 도착한 편지는 소대장들이 잘 간직했다가 특내종료 후 나눠준다.

그 후로는 세상과 소통하며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후보생이 그렇지만, 나 역시 편지 보는 낙에 버텼다.

그래서 기대했던 이에게서 편지가 안 오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기도 하다.

인간관계를 새로이 정립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할 수 있겠다.

 

 

- 동기생 관찰

허은ㅇ : 감기

김자ㅇ : 절뚝대고 감기도 심함

민경ㅇ : 부모님 편지 받고 화장실서 대성통곡

 

 

posted by 주할미

 

진짜사나이 샘 해밍턴의 유격훈련 받는 장면을 보고

처음엔 혼자 미친듯이 웃다가

나중에는 자꾸 그 때 생각이 나서 눈물이... 엉엉

유격에 대해 나중에 자세히 포스팅 할 날이 오겠지만

미리 겁 좀 주자면..

내 동기 하나는 줄 잡고 건너기 하다가

눈썹 위가 찢어져 훈련 도중 실려가 바늘로 꼬맸다.. 그 때 생각하면... 웃음이 나겠냐고.

 

그래서 시작하는 훈련 포스팅.

 

 

2010년 3월 15일 진주 공군교육사령부.

그 날은 비가 내렸다. 추적추적.

그리고 480여명의 동기들이 울며 웃으며 충성관 강당으로 들어갔다.

나는 부모님의 배웅을 받으며 씩씩하게 당당히 아무 생각 없이 그곳에 합류했다.

저 멀리 다른 여군이 하나 보였다. 단발머리의 그녀도 용감해보였다.

 

아버지는 하나뿐인 딸을 신나게 입대시키고는

올라가는 길에 운전을 하며 그렇게 서럽게 울었다고 했다.

나의 아버지는 애석하게도 방위 출신이라 군대가 어떤 곳인지 몰랐다.

나는 지금도 그러한 아버지의 무지가 용기가 되어 사랑하는 나를 그 훈련단에 집어넣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 주변 모든 군필자들은 나를 말렸었다...

 

 

처음엔 아무것도 안 시켰다. 우리를 존중해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세면장 청소 상태가 불량하던 어느 날 우리는 모두 샤워장에 누웠지.

좌로 굴러 우로 굴러로 세면장 바닥을 온 몸으로 닦아주었지...

 

 

이제보니 난 참으로 섬세한 여자였다.

이렇게 자세하게 잘 적어놓다니.

그리고 가입단이 끝나며 내가 입고 있던 모든 옷가지들을 집으로 보내는 상자에 저 수첩도 같이 들어갔지.

사제품은 실오라기 하나도 용납되지 않기에.

 

정말 착잡해하며 쌌던 그 택배 박스에 마지막에 급하게 저 수첩 한장을 찢어 휘갈겼다.

'나는 괜찮으니 걱정하지마!'

 

그것은 부모님을 위한 효녀의 하얀 거짓말.... 이 아니고

그 때까진 정말 괜찮았다.

가입단... 폭풍전야가 끝나가고 있었다.

 

2탄은 다음에 이어서...

 

 

 

posted by 주할미
2013. 5. 27. 09:31 여자 구닌/구닌 일기

 

2013. 5. 22. ~ 24.
2박 3일간 진주 교육사에서 진행된 공군 학사장교 124기 전역 전 홈커밍데이 행사.

오랜만에 동기들이 많이 모였다.
나는 부대 사정상 첫날은 참석 못하고 둘째날 오후부터 일정에 참여했는데 재밌는 건 첫날이랑 둘째날 오전에 다 한 것 같다. 130기 후배들과 구보 뛰고 다같이 목욕하고(걱정마라. 성별의 구분은 둔다.) 둘째날 오전에는 피구도 하고 즐거이 놀았단다. 역시 아무리 꾸미고 새침하게 굴어도 구닌은 구닌인지 몸으로 하는 걸 동기들 모두 좋아들 한다.

사랑하는 동기들아. 안녕. 나는 간다.

진주 공군교육사령부 기본군사훈련단 장교교육대대.. 명예관 앞에서 다시 모여 사진 찍고 얼굴 보며 웃는 날이 올 줄이야. 다시는 진주는 안 온다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약이긴 약인가보다.

다들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들 3년 간 복무했고 이제 각자 또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떠나겠지. 군에 남아 국가에 봉사하는 동기들도 있겠고. 다 제 삶이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잊지 않을게


Bravo! Your Life!

 

...사진은 보안 관계로 삭제합니다.

 

'여자 구닌 > 구닌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할미 전역해요♥  (10) 2013.06.28
posted by 주할미

제 마지막 남은 특기들을 짚어보자.

고지가 눈 앞에 있다.

 

 

1. 교육

교육 특기는 장교후보생들이 입대해서 제일 먼저 접하는 군인들이다.

경남 진주 교육사령부가 본거지라 할 수 있고, 그곳 장교교육대대에서 만나는 중/대위들은 정말 무섭다.

그들은 사정없이 교육생들을 힘들게 한다. 알고 보면 따뜻한 사람들이겠지만 그곳에서는 다르다.

그렇게 빨간 훈육관 모자를 쓴 그들을 보며 교육 특기에 대한 편견을 갖기 쉽지만 교육 장교들은 그런 훈육관 자리뿐만 아니라 일반 행정직 비슷한 업무를 보는 자리로도 많이 보내진다.

훈육관을 제외하고는 사실 교육 특기 역시 정체성이 조금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매년 특기 통합의 대상으로 거론된다. 부대 전입 장병 교육이나 민간 위탁 교육을 나가는 장병들에 대한 업무라든지 약간 '교육'의 냄새를 가진 행정 업무를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교육 특기만의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장기를 희망하는 자원들에게 교육 특기는 그리 많은 기회를 주지 않는다. 초급 장교를 뽑을 때도 그리 많이 뽑지는 않지만, 장기 티오가 조금 적은 편이다. 선생님들이나 교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들이 우선 선발 대상이다.

장교교육대대에서 좋은 훈육관을 만나면 교육 특기에 대한 환상을 품게 되기도 한다. 만약 3년만 복무하는 의무복무 남군들이나 여군들이라면 3년 빡세게 진주에서 훈육관으로 살아보는 것도 정말정말 좋은 인생의 밑거름이 될 거라 생각한다. 장교대, 부사관교육대대, 신병교육대대 등 여러 자리가 있다.

 

훈육관은 정말 매력적이다.

나도 해보고 싶었던 것이기도 하다. 정말 많은 사람들 앞에서 교장선생님 훈화 같은 말을 해야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을 독려하며 때로는 거칠게 다루며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전체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위치다.

다만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교육생들을 거칠게 다뤄야하는 것이 힘들 수도 있다. 화도 많이 내야 하고, 소리도 많이 질러야 하니까. 성격이 변할 수도 있다... 그리고 수도권거주자라면 진주는 정말 땅끝 저기 저 지구 속 맨틀에 있는 기분이 들 것이다... 훈육관이 아니라도 교육 특기는 그들의 고향 진주에 남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도 명심하시길.

 

 

2. 정보

우리는 '정보'와 '정보통신'을 구분해야 한다. 미군들은 '정보' 특기를 'Intelligence'라고 한다. (내가 알아들은 게 맞다면) 그러니까 군사 기밀과 가장 밀접한 업무를 한다고 볼 수 있겠다.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관리하고 그래서 궁극적으로 적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역할이랄까. 물론 조종사들 중에서도 이러한 업무를 하는 직책이 있지만, 이들은 정말 대단히 어려운 일을 한다.

자, 이들도 굳이 나누자면 두 파트 정도로 크게 나눠지는데. 하나는 수집 쪽이고 하나는 보안(비밀관리) 쪽이다. 수집은 이 특기의 꽃인 부대에서 주로 일한다. 지금 내가 있는 기지(부대가 여러 개 모여 있다)에 그 부대가 있다. 다른 하나인 보안담당은 우리가 업무하면서 다루는 각종 군사기밀, 비밀들을 관리하고 시설 부분에서도 가면 안 되는 통제 구역을 관리한다든지 이런 빡센 일을 한다.

이 특기는 정말 정말 일이 힘들다. 누구 하나 쉽게 일하는 걸 본 적이 없다.... 특기 교육도 다른 특기들과 달리 멀리 따로 다른 교육대에 가서 받는다. 공부도 미친듯이 많이 해야 한다. 알아야만 일을 할 수 있고 알기 위해 시간 투자는 당연히 필요하다. 소위 때부터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공부하는 동기들을 봐왔다. 그들은 힘들어 보였다. 게다가 어떤 부서에서는 항공통제 특기처럼 크루근무(3교대)를 한다. 나는 그들이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 수도 없다. 근데 좀 멋있다. 진짜 핵심인물들 같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것은 내용, 즉 알맹이고, 내가 하는 것은 껍데기, 서식 같은 점이라는 데에서 둘의 차이를 크게 느낀다. (인사행정 특기들이여, 여러분들을 평가절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튼 멋있고 겁나 힘들다. 장기 복무자 선발 확률도 그만큼 높다. 아무것도 모르는 소위 여러 명 뽑아서 힘들게 가르치는 것보다 그 과정을 이미 겪은 대위 한 명이 제 몫을 해줄 때 더 큰 효과가 나오기 때문이랄까.

 

 

3. 헌

군대의 경찰. 우리가 드나드는 부대/기지 문을 지키고 법을 준수하지 않는 자를 처벌하는 일을 한다.

그 때 모 미군기지 앞에서 한국 민간인이 미군에게 수갑이 채워진 채 끌려갔던 문제로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그 일로 미군 대표가 사과도 하고. 또 SOFA 문제로 시끄러웠다. 그 때 수갑을 채웠던 미군 역시 헌병이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그도 기지 주변을 순찰하며 제 나름의 업무에 충실했던 것일 거라 예상된다. 그게 도가 지나친 월권이었던 게 문제랄까..

 

헌병은 군기가 매우 강하다. 탄약을 다루는 관계로 조금이라도 정신줄을 놓으면 인명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휘관을 하고 싶다면. 휘하에 병력을 거느리고 싶다면. 헌병으로 가라. 하지만 솔직히 평시에 우리 같은 초급장교들이 하는 업무들은 약간.. 병정놀이의 느낌이 있다. (비하 발언 아니다..) 내가 만났던 많은 헌병 특기 장교들이 '허세'가 심했다. (귀납적 추리에 의거한 결론이지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 근데 쓰고 보니 내가 꽤나 헌병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무서워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뭐, 고시공부하기에 좋다든가라고 소문이 나 있을텐데 난 꼭 그렇진 않다고 생각한다. 밤낮이 뒤바뀌어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람이 밤낮이 바뀌면 적응하기가 굉장히 힘들다. 시간이 많이 흘러도 잘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밤 중에는 사실 별 일이 벌어지지는 않고 자리를 지키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그것을 노리고 공부를 목적으로 헌병 특기를 받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러나 이 특기 중에서도 헌병중대장은 부대 행사에 동원되는 업무를 많이 하는 등, 바쁘다. 작전과에서 근무라도 하게 되는 경우에는..... 게다가 특임중대장! 휴....

기지 내에 과속하는 차량들도 단속해야 하고, 출입문에서 들고 나가는 인원들 조치해야 하고.. 할 일이 많다. 심지어 사고치고 오는 애들 영창에서 감시도 해야 한다. 공군에서도 아직까지 병사들 사이에 위계질서가 강해 악폐습이 숨어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래도 다양한 병사들을 만나고 군인 같은 삶을 살며 경험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4. 의무행정 / 법무

의사는 군의관으로 가고, 약사들을 뽑는 자리다. 아마 약사들은 이 블로그를 몰라도 잘 알아서 갈 것이다.

판사/검사/변호사는 법무 특기를 받을 것이다. 아마 법관들은 이 블로그를 몰라도 잘 알아서 갈 것이다.

 

 

5. 간호

나 때도 간호 특기를 따로 뽑았는지 모르겠다. 간호 특기는 간호사관학교 출신들로만 채우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닌가보다. 아마 특기 특성상 특별전형으로 대부분 채우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밖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근무 여건이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신분 보장도 되고.. 간호학 졸업자들은 충분히 고려해 볼만한 직업이다.

 

 

6. 기타

들어는 봤나, 김우.(나는 맞춤법을 몰라서 이렇게 쓴 게 아닙니다.) 그들은 위에 말한 모든 특기들의 잘잘못을 평가하는 특수 집단이다. 이렇게 뽑지 않고 현역들 중에서 일부 뽑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민간에 비유하자면 감사원이나 국정원의 느낌이다. 그들은 사복을 입고 다니고 장교도 뽑긴 하지만 부사관들이 굉장히 많긴 하다. 그들은 공군 소속을 벗어나게 돼 경례 구호도 '필승'이 아닌 '충성'이라고 한다. 사실 사람들이 뒤통수친다고 좀 싫어하기 때문에 욕먹으며 다른 사람 잡아넣고 이런 게 적성에 안 맞으면 그냥 처음부터 아예 생각하지 않는 게 좋겠다.

사실 그들이 이 블로그에 올 수도 있고 이 글을 읽을 수도 있단 생각에 나는 약간 두렵다. (아직은 뭐.. 그럴 만큼 활성화도 안 되어 있지만서도..)

내가 언젠가 말도 없이 너무 오랫동안 블로그를 비우거나 이게 갑자기 폐쇄되면........ 어떡하지...

또는 내가 갑자기......

만약 내가 전역하는 날까지 블로그가 건재하다면 자유로운 신분이 되었을 때 좀 더 노골적인 썰을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기까지가 공군장교 특기에 대한 일개 여군 중위의 개인적이고 편협한 시선이었다.

특기는 군생활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기도 하지만

단기장교들에게는 특기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배속지이다.

내가 배속지까지 비교분석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나는 안타깝게도 3년 간 한 곳에서만 근무를 했던지라 특기에 대한 것보다도 더 무지한 상태에서 글을 쓰게 될 것 같아서 망설여진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이 직무, 직책, 부서 같은 거지만.... 이건 제 운이다. 정말로.

뭐니뭐니해도 '사람'이 답인 건, 조금만 살아 본 사람이라면 다들 알지 않을까.

 

 

그나저나 오는 6월 8일이 필기 전형일이라니, 필기시험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좀 찾아보고 포스팅해야겠다.

 

 

 

 

posted by 주할미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