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23. 금요일 / 날씨 : Not bad
- 주요 생활 내용
군대는 참 좋은 곳이라고 느낄 때가 가끔 있는데, 오늘이 그런 날이다.
왜냐... 새 보급품을 줬거든. 그것도 신발과 가방. 펜도 받았다.
신이 났다.
사이즈가 좀 안 맞지만 교체는 귀찮으니 그냥 신으련다.
보급소대장님은 참 사랑스럽다. 게다가 산타클로스 같아서 더 좋다.
군기소대장님과 더불어 임관 후 찾아뵙고 술 한잔 하고 싶은 소대장님인데..
현재까진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구두 받으니까 내일 당장이라도 특박갈 것 같은 기분~
그러나 현실은 CS탄 12개 가스체험 시궁창...
콧물 주렁주렁 침 질질 숨 못 쉬고...
죽는 건가 했다 정말.
순간적으로 '나만 이상반응인가?'하고 주위를 돌아보는데 정연ㅇ도 꽤 고통스러워하는 게 보였다.
자꾸 트림하면서 토할 것 같기도 했다.
화학전 나면 그냥 죽지 않을까 싶다...
방독면이 얼굴에 잘 안 맞아서 조금씩 새어들어오던데-
이래가지고 북한의 그들을 이길 수 있겠나?
죽어가다가 잠시 민지ㅇ 중위님과 좀 쉬고..
※ 친절한 할미의 참고사항 : 화생방 훈련. 공포의 화생방 잘 견디는 법.
▲ 실제 공군학사사관후보생 124기 1-2소대 화생방 훈련 사진 (동기들 미안)
죽는 줄 알았다. 진짜. 아니 진짜 죽는 줄 알았다니까.
아무 사전 지식이 없던 멍청이 주할미는 방독면을 쓰고 가스실에 들어갔을 때부터 이미
방독면을 제대로 못 쓴 건지 불량인 건지.. 가스를 스물스물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방독면을 벗긴다.
벗으라고 할 때 내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그걸 벗어버린 것이다.
가스는 내 폐로 타고 들어와 오장육부를 따갑게 공격했고,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방독면을 진짜 잘 써야 한다. 그래야 초기에 버틸 수 있다.
벗을 때는 숨을 최대한 참고 있다가 조금씩 들여마셔야만 한다.
힘들다고 심호흡 하듯이 수욱 들이마시면... 지옥문이 열릴 것이다.
나도 가스실 나가는 문을 향해 뛰어갈까 하는 생각을 100번도 더 했다. 그 짧은 순간에.
근데 일단 못 버티고 나가면 나중에 다시 시킨다.... (아래 김현ㅇ 후보생 그래서 두번 했다.)
우리 개개인의 공포심과 인내심은 각기 다르지만 그것을 배려해주는 건 없다. 군대는 그렇다.
하지만 뛰쳐나가지 않아도 죽지는 않으니까 버텨보는 것을 권한다.
대망의 전.투.구.보.
오늘도 실패였다. 은ㅇ이와 한경ㅇ 후보생.
미안한 마음도 크고, 모르겠다.
은ㅇ이와는 얘기를 좀 해봐야겠다. 이대로는 정말 안될 것 같다.
김현ㅇ 후보생이 화생방 중간에 뛰쳐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웃겨죽겠다. ㅋㅋㅋ
475명 중에 각자 개성이 특히 심하게 튀는 사람이 10%만 되어도.. 피곤하다.
우리 작은엄마가 인터넷 편지 또 써주셨네.
천사 같은 우리 작은엄마.. 특박 즈음 할머니 생신인데..
가족들 생각난다.~~~
- 동기생 관찰
1261 허은ㅇ : 구보... 하아...
1258 서지ㅇ : 발등이 안 나으려나
1255 김지ㅇ : 요새 말붙일 틈도 없음 ㅠㅠ
'여자 구닌 > 10군번 훈련 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훈련일지] #020. 견습은 이렇게나 힘든 거 였다 [2010. 4. 20.] (0) | 2017.03.25 |
---|---|
[훈련일지] #019. 드디어 내 몫으로 한 봉지가 왔다! [2010. 4. 17.] (1) | 2017.03.18 |
[훈련일지] #018. 호실당 한 봉지씩 받은 건빵 [2010. 4. 16.] (0) | 2017.03.18 |
[훈련일지] #017. 날씨가 왜 아직도 이러지? [2010. 4. 15.] (3) | 2013.08.27 |
[훈련일지] #016. 피곤하고 고된 하루가 또 가긴 가네. [2010. 4. 13.] (4) | 2013.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