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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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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2010. 4. 23. 금요일 / 날씨 : Not bad

 

- 주요 생활 내용

군대는 참 좋은 곳이라고 느낄 때가 가끔 있는데, 오늘이 그런 날이다.

왜냐... 새 보급품을 줬거든. 그것도 신발과 가방. 펜도 받았다.

신이 났다.

 

사이즈가 좀 안 맞지만 교체는 귀찮으니 그냥 신으련다.

보급소대장님은 참 사랑스럽다. 게다가 산타클로스 같아서 더 좋다.

군기소대장님과 더불어 임관 후 찾아뵙고 술 한잔 하고 싶은 소대장님인데..

현재까진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구두 받으니까 내일 당장이라도 특박갈 것 같은 기분~

그러나 현실은 CS탄 12개 가스체험 시궁창...

콧물 주렁주렁 침 질질 숨 못 쉬고...

죽는 건가 했다 정말.

순간적으로 '나만 이상반응인가?'하고 주위를 돌아보는데 정연ㅇ도 꽤 고통스러워하는 게 보였다.

자꾸 트림하면서 토할 것 같기도 했다.

화학전 나면 그냥 죽지 않을까 싶다...

방독면이 얼굴에 잘 안 맞아서 조금씩 새어들어오던데-

이래가지고 북한의 그들을 이길 수 있겠나?

죽어가다가 잠시 민지ㅇ 중위님과 좀 쉬고..

 

※ 친절한 할미의 참고사항 : 화생방 훈련. 공포의 화생방 잘 견디는 법.

▲ 실제 공군학사사관후보생 124기 1-2소대 화생방 훈련 사진 (동기들 미안)

 

죽는 줄 알았다. 진짜. 아니 진짜 죽는 줄 알았다니까.

아무 사전 지식이 없던 멍청이 주할미는 방독면을 쓰고 가스실에 들어갔을 때부터 이미

방독면을 제대로 못 쓴 건지 불량인 건지.. 가스를 스물스물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방독면을 벗긴다.

벗으라고 할 때 내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그걸 벗어버린 것이다.

가스는 내 폐로 타고 들어와 오장육부를 따갑게 공격했고,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방독면을 진짜 잘 써야 한다. 그래야 초기에 버틸 수 있다.

벗을 때는 숨을 최대한 참고 있다가 조금씩 들여마셔야만 한다.

힘들다고 심호흡 하듯이 수욱 들이마시면... 지옥문이 열릴 것이다.

나도 가스실 나가는 문을 향해 뛰어갈까 하는 생각을 100번도 더 했다. 그 짧은 순간에.

근데 일단 못 버티고 나가면 나중에 다시 시킨다.... (아래 김현ㅇ 후보생 그래서 두번 했다.)

우리 개개인의 공포심과 인내심은 각기 다르지만 그것을 배려해주는 건 없다. 군대는 그렇다.

하지만 뛰쳐나가지 않아도 죽지는 않으니까 버텨보는 것을 권한다.

 

대망의 전.투.구.보.

오늘도 실패였다. 은ㅇ이와 한경ㅇ 후보생.

미안한 마음도 크고, 모르겠다.

은ㅇ이와는 얘기를 좀 해봐야겠다. 이대로는 정말 안될 것 같다.

 

김현ㅇ 후보생이 화생방 중간에 뛰쳐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웃겨죽겠다. ㅋㅋㅋ

475명 중에 각자 개성이 특히 심하게 튀는 사람이 10%만 되어도.. 피곤하다.

 

우리 작은엄마가 인터넷 편지 또 써주셨네.

천사 같은 우리 작은엄마.. 특박 즈음 할머니 생신인데..

가족들 생각난다.~~~

 

- 동기생 관찰

 

1261 허은ㅇ : 구보... 하아...

1258 서지ㅇ : 발등이 안 나으려나

1255 김지ㅇ : 요새 말붙일 틈도 없음 ㅠㅠ

 

posted by 주할미

 

2010. 4. 20. 화요일 / 날씨: 왔다갔다...

 

- 주요 생활 내용

 

견습... 견습은 이렇게나 힘든 거였다. 나는 오늘을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엎드려 있다가 방송하고 전화 받고 감점도 5점이나 당하고!!!

내 앞에서 엄청 깨지고 완전군장까지 싸는 다른 견습 동기도 있었고..

여기 생활은 하루도 녹록지 않네. 긴장의 연속!

 

견습이 동네북도 아니고 ㅠㅠ 너무 갈굼당했다.

오늘 처음 한건데 ㅠㅠ

※ 친절한 할미의 참고사항 : "견습이란?"

훈련을 받다보면 일종의 학급 임원처럼, '근무후보생'이 선발된다.

어딜 가나 리더십 또는 봉사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고

장교로 임관 후의 모습을 미리 경험하는 차원에서도 해볼만한 일이다.

지휘관 자리에는 대대장, 중대장, 소대장근무후보생이 선발되고 (실제 소대장들이 뽑는다.)

참모 역할로는 작전장교, 군수장교, 시설장교, 군기장교... 같은 것이 있다.

마지막으로 견습사관이 있는데, 나는 견습사관근무후보생에 매력을 느꼈다.

방송실을 지키며 소대장님들의 전달사항을 '전파'하는 역할이다. 

내가 마이크를 켜고 "전달!" 외치면 모든 후보생들을 나의 말을 복명복창하며 동작그만 한다.

내가 "전달 끝" 하면 그들은 "전달 양호!" 외치고 그 때부터 움직일 수 있다.

왜인지는 몰라도 나는 뭔가 제일 먼저 알게 되고 그것을 전달하는 그 일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정말 힘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뭔가 준비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

 

제식경연대회는 우리의 연습과 각오만큼 잘하진 못했다. 그래도 3등이라니 의외다 ㅋㅋ

▲ 124기 제식경연대회 장면. 누구는 앞으로 가고 누구는 뒤로 돌아가면서 만든 인간다이아.

 

아니 근데, 극기 단계라서 샤워도 냉수로 시키나?

미치는 줄 알았다.

짐승소리내며 씻었다.

 

우리 소대 8명이나 수진 갔다.

김지ㅇ, 윤영ㅇ, 서지ㅇ, 석ㅇ, 또 누구 있더라.

암튼 아픈 사람 참 많다. 난 자꾸 눈이 충혈된다. 실핏줄이 터지나보다. 잠을 자야 하는데..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언제?

 

사격 잘하고 싶다.

오늘 몽쉐리 분해 및 조립은 잘 해냈다.

나중에는 30초 이내에 해내고 싶다.

사격장은 꽤 넓고 흙바닥으로 이뤄졌었다.

여기 뛰다니느라 또 오전 내내 굴렀다 ㅠㅠ

군기소대장님한테 뺏긴 감점표도 생각난다.

 

진짜...

임관하면 꼭 일대일 용무신청하리라...

 

- 동기생 관찰

전한ㅇ : 기침시 큰 고통.. 경련

이수ㅇ : 발목...

안지ㅇ : 그냥 그렇네. 방송반 DJ 나긋나긋 목소리~

 

posted by 주할미

 

2010. 4. 17. 토요일 / 날씨 : 건빵데이♬

 

 

- 주요 생활 내용

 

드디어 내 몫으로 한 봉지가 왔다!

신난다!

 

나는 지금 지ㅇ이네 호실에서 자습을 하려고 하면서 나의 건빵을 입에서 녹이고 있다.

오늘 이거 다 먹고 자면 분명 후회하겠지?

 

아껴 먹어야지....

잘 주지도 않는데...

 

일조구보 열외를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상태가 안 좋았다.

잠시 체력 충전을 하자고 생각했다.

제식 연습도 버겁고 식당 입장 뜀걸음도 힘들었다.

 

그런데 일광소독이라니...

 

 

 

돌덩이 같아 보이는 이 매트리스들을 햇빛에 소독하는 작업.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위생을 위해 필요하긴 필요했던 것 같다.

 

 

4층 사는 우리에게 정말 충격적인 일이었다.

허리랑 등도 아프다.

자꾸 의자에 기대지 말라고 해서 더 그런가보다.

이런 잔병에 감기..

항의전대 가도 낫지 않는다는 이것들이 나를 괴롭힌다.

 

다음 주부터 너무 걱정이다.

이론 평가.

제식 경연이야 뭐 어떻게든 되겠지...

사격을 저렇게 몰아서 하다니.

잘 할 수 있을까?

떨린다.

 

드디어 실탄 장전인가요.

오늘 총기분해 최고기록 약 1분인데..

분해, 조립 반복해보니까 총에 애착도 생기고 좋다.

내 총 구린 것 같아서 싫었었는데..

이름을 지어줘야겠다.

몽쉘 당첨!

 

 

나는 군대가면 초코파이만 먹는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우리는 몽쉘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몽쉘은 그나마 종교참석 때 받아 먹을 수 있는 실현가능한 꿈 중에 하나였다.

가장 소중한 존재 중 하나이기도 하고..

그래서 과감히 몽쉘처럼 내 총기를 사랑하자는 마음으로 '몽쉘'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몽쉐리~ 우리 몽쉐리, 이제 소중하게 다뤄줘야지.

사랑으로 아끼고 감싸주겠다.

 

박용ㅇ 소대 제식경연 1등을 기원하는 밤!

 

※ 친절한 할미의 참고 사항 : '박용ㅇ 소대' 란?

 

보통은 1중대 1소대, 2중대 3소대... 이런 식으로 부르지만

특내를 종료하고 나면 우리에게 소대장 이름을 붙인 소대명을 준다.

그래서 우리 소대장이었던 박용ㅇ 중위님의 이름을 따서,

'박용ㅇ 소대'라고 불렀다.

나름대로 소대장의 책임감도 강조하고,

서로 각별한 사이로서 의미 부여가 되는 괜찮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김동ㅇ 후보생 등등이 고생이 많다.

다만 나서서 얘기하는 사람이 다수라서 의견 일치가 안 되는 게 좀 귀찮게 만든다.

월요일에는 견습 완장 찬다.

 

5주차!

견뎌보자!

 

 

- 동기생 관찰

최수ㅇ : 건강

김지ㅇ : 주말 패션으로 생활에 활력을 찾음

허은ㅇ : 구보 열심히 참여 중

 

 

 

지금 생각해보면...

이 때 나에게 벌어진 모든 일들에 대해

나는 '왜'라는 생각 조차 할 수 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고, 또 그것을 감수하고 들어간 것이라는 전제가 있었기에

버텼던 것 같다.

 

사실 그 때는 정말 사소한 것에 집착하게 된다.

나의 경우에는 건빵으로 대표되는데,

주변에 많은 동기들이 '나만큼 티는 안냈겠지만'

채워지지 않는 식욕, 수면욕으로 인해 괴로웠을 것이다.

(아마도 성욕 따위는 생각할 겨를도 없지 않았을까. 적어도 초반에는..)

 

실제로 남군 동기들 사이에서는

행군을 위해 배급 받았던 과자들을 다들 잘 숨겨뒀는데

누군가가 몰래 다른 동기의 과자를 훔쳐 먹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여군 동기들은 주로 속옷을 훔쳐 입는 것 같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그런데 그 범인(?) 남군이 카이스트를 나왔다는 둥,

카이스트 나온 아이도 과자 앞에서는 별 수 없다는 둥,

심각하게 (우리에게 과자란 심각한 소재였으므로) 우스개 소리를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글쎄,

개인으로서의 나는 이제 이 모든 것들이 추억으로 남아서

이렇게 회고하며 웃을 수 있지만

 

 

제도로서의 군대, 징병제, 의무복무...

이것이 과연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것인지,

우리는 정녕 이보다 더 나은 사회에서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인지

그저, 무작정 비판 없이 받아들이기 보다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쉬운 것이 없다.

 

 

posted by 주할미

 

2010. 4. 16. 금요일 Friday night!

날씨 : 구보 뛸 때만 더워.. 이상한 교육사

 

 

- 주요 생활 내용

 

ㅇㅇ언니가 호실당 한 봉지씩 받은 훈육대의 쩨쩨한 건빵을 까서 친절히 4등분 해놓았다. (더 많이 주지 좀.. 꼬깔콘도 있던데...)

아직 손도 못 대고 냄새 맡으면서 스스로를 고문 중이다.

 

오늘은 입단 이래 손꼽을 만한 위기였다. 물론 충성관 강당 앞 동기부여 사건을 따라가긴 힘들지만.. 아 또 생각나네. 나를 대대에서 인지도 있게 만들어 준 그 날..

 

아무튼! 총검술과 전투구보의 결합은 내 무릎을 자극했고 체력을 바닥나게 만들었다. 이렇게 힘들었던 전투구보는 처음이다.

간신히 소대 끝 오에 매달려 들어오긴 했지만.. 부끄럽다.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정신력이 부족했다. 체력은 나만 안 좋은 게 아니다. 그나마 내가 덜 아픈 거고 내가 버틸만한 수준이다. 소대장님이 날 불러서 '정신적 지주'를 하라셨다.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늘 속상한데.. 방법이 없을까?

 

말번입.. 하아.. 자다가 나갈까? 다들 은근히 공부 열심히 하던데-

나같이 노력하지 않는 자의 최후는...

 

아싸! 얼이가 별사탕 안 먹는단다~

 

 

별사탕은 건빵 위에 한개를 올려서 같이 아삭 씹어 먹을 때가 제일 맛있다.

 

 

막걸리에 건빵 튀김 먹고 싶다.

배고프다.

아빠한테서 또 감동의 편지가 왔네.

오늘도 버티고..

 

아오 자고 일어나야겠다.

 

.

.

.

 

불침번 간신히 서고 왔다.

무릎이 심하게 아프다.

걱정이다...

 

 

- 건의/질문사항

견습사관도 불침번 빼줍니까? ->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오늘 말번입 서면 2주 뒤 쯤 돌아올 듯 한데..

그리고 방송 때 말투는 제 스타일로 해도 됩니까? 소대장님 흉내라든지...

 

(소대장님은 친절히 소대장님 흉내는 안된다고 답을 달아 주셨다.)

 

 

- 건강상태 : 나는 어떻게든 버틴다

 

 

- 동기생 관찰

김근ㅇ : 물집 생김

전한ㅇ : 왼쪽 무릎 아프다네

정선ㅇ : 피곤해서 씻지도 않고 뻗음... 정강이 피로골절?

 

 

 

posted by 주할미

2010년 4월 15일 목요일 / 날씨 : 쌀쌀해

 

- 주요 생활 내용

날씨가 왜 아직도 이러지? 이제 4월하고도 15일인데 믿을 수 없다.

오늘은 좀 빡빡하게 써볼까... 연등도 해주고... 건빵이나 좀 주지.

끊임없는 이 놈의 먹는 욕심. 밖에서는 안 먹어서 욕 먹었는데 여기서는 포크레인처럼 쓸어먹네.

근데도 속도가 느리고 위장이 아직 작아서 빨리 많이 먹지 못하는 내가 안쓰러울 지경이라니..

 

너무너무 많이 먹고 싶었던 그 때 그 시절

굴삭기 같았던 내 입...

 

 

군대는 나를 변화시킨다.

태권도와 도수 제식 평가는 그래도 무난했다. 군기소대장님이 또 겁 팍팍 주시면서 우리 소대 평가하셨는데.. 은ㅇ이는 내가 봐도 실수가 너무 많아서 걱정된다. 더 연습하면 나아지려나. 본인도 스트레스 받을텐데.

 

 

중학교 때 합기도 1단을 획득한 발군의 실력으로

발차기만큼은 잘한다고 칭찬 받은 할미

특작군도 다 때려잡을 기세의 이 분의 발차기에 경의를 표한다.

 

음. 다음주부터 새로운 자치근무자들이 봉사할텐데, ㅇ찬이가 수고를 많이 했다. 여자애들 사이에서도 일 잘하고 잘 이끈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관심 있어 하는 애들도 더러 있다. 우리 소대에 괜찮은 애들이 조금씩 눈에 띈다.

여기도 사람 사는 데라고, 처음 다 똑같이 머리 깎여 놨을 땐 거지 같았는데, 이 가운데서도 옥석을 가리고 있는 우리가 웃기다. 임관하고 뭐 나중에 배치 받고 나면 여기서도 은근 커플이 나오겠지? 비록 지금은 비행일지언정...

월요일에 이론평가. 과락까지야 받겠냐만은. 책 좀 들여다봐야하나? 내일 전투구보에 총검술에 불침번 말번입인데 ㅠㅠ

이렇게 일주일이 또 지나간다. 유격 주가 지나가면 특박도 곧 찾아오고, 진짜 봄날씨도 오겠지?

3kg 총이 버겁고, 단독군장에도 헐떡거리는 나지만, 유격이 기대된다. 3일만에 식스팩을 만들어준다는 그 유격.. 내일 총검술이나 잘해라~

 

- 동기생 관찰

윤정ㅇ : 웃음이 헤프고 성질도 사나워서 어느 장단에 맞출지 감이 안 온다.

김지ㅇ : 못 봤지만 태권도 엄청 못하는 모양 ㅋㅋㅋ

윤은ㅇ : 의지만큼 건강이 받쳐주면 참 좋을텐데 ㅠㅠ

 

 

posted by 주할미

2010년 4월 13일 화요일 / 날씨 : 바람 너무 심함

 

- 주요 생활 내용

피곤하고 고된 하루가 또 가긴 가네. 비상 터져서 진짜 내 심장도 같이 터지는 줄 알았다. 다행히 재빠른 선ㅇ언니가 나 대신 총가키 가져와서 난 내 짐 싸는데 집중할 수 있었다. 내 몫을 다 못 해서 좀 아쉽다.

늦지도 않고 안 가져간 것도 없어서 비교적 성공적이긴 했지만... 114명이나 사상자였다니 놀라웠다. 비상이 쉽지는 않더군.

무엇보다도 전투배낭 메고 엎드려 있으니... 배낭이 방탄 헬멧을 누르고 그게 또 안경을 누르고 안경이 내 코를 누르고.. 그게 힘들더라.

 

 

내 비록 지금 이곳에 있으나, 정말 군대는 두 번 올 곳은 아닌 것 같다. 다시 한 번 군 경력자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내일은 화생방이다. 일찍 자야하는데 늘 이런 식이다.

감기 초기 증상이 보인다. 아픈 동기들이 많다. 난 아픈 축에도 못 끼는 거라고 주문을 건다. 내 다리는 아직 움직일 수 있고, 내 고관절도 아직 버틸 수 있다. 엄살 부리지 않아야 한다. 가뜩이나 느려터진 주제에 아프기까지 하면 안 된다. 집총제식. 태권도도 이제 겨우 적응해가잖아. 구보도 뛸 만하잖아.

할미야 힘내자. 자고 일어나면 안 아플거야.

 

 

- 동기생 관찰

손민ㅇ : 똥꼬 변비.. 감기가 찾아옴.

윤초ㅇ : 하나의 깃털처럼 날아갈 듯 좋음. 다만 몸이 무거움..

노미ㅇ : 감기가 떠나가네

 

 

posted by 주할미

2010년 4월 10일 토요일 / 날씨 : 딱 좋음

 

 

- 주요 생활 내용

 

특내 종료 행사!

나는 말(horse)이 되어 계주 1위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당당히 돌아왔다.

주사인볼트

 

우리 소대가 이렇게 단합하고 신나서 함께 즐기는 걸 보니 정말정말 기분이 끝내주더라. 하지만 내 몸은 또 만신창이.. 줄다리기도 잘하고 응원도 최고였다. 사기가 한껏 솟아올랐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행복은 가까이에 있더라 ㅋㅋ 행사가 성공적이어서 124기가 다들 자랑스러웠다.

 

※ 친절한 할미의 참고사항 - '특내종료행사'란?

 

▲ 나름대로 1-2를 표현한 카드섹션임. 얼굴 잘 안 보이지?

 

특내- 라는 3주간의 군인화 과정을 버틴 자들에게 주어지는 기념행사.

본래는 선배들이 찾아와 맛있는 것도 사주고 함께 어울리는 시간도 갖지만 우리 124기 때는 천안함 사건 때문에 행사를 크게 계획할 수 없었고, 그래서 선배도 거의 못 왔다. 우리끼리 소대장들과 체육행사 하는 정도에서 마무리했다.

나는 1년 아래 기수인 126기 특내종료행사에는 참석했다. 126기 때는 125기 선배가 가는 것이 맞지만 여군이 1년에 한 기수 뿐이었어서 124기 여군들도(남군 몇명하고) 꽤나 많이 126기 후배들을 응원하러 갔었다. 불쌍한 후배들 과일이랑 케이크 같은 거 먹이고 함께 발야구하고.. 가사도 멜로디도 가물가물해진 기생가를 동기들과 같이 불렀던 울컥한 기억이 난다.

 

늦게 편지를 나눠줬다. 집에서 안 보내셨더라... 그래도 나는 8통이면 많이 받은 축에 속했다. 성질 나는 건 쌍코피 애들한테서 한통도 안 왔다는 사실이다. 내가 심지어 편지 2장씩 다 써주고 왔는데! 뭐 그렇게 바쁘다고 편지 한 통을 안 해? 나쁜 년들.. 아 욕 나와.. 15년 우정이 한 달만에 쫑 나나요. 특박 나갈 때까지 안 보내면 연락 안 해. 죽여버리겠다... 난 이제 총기도 다룰 줄 아는 여자다. M16A1... 곧 소총 사격도 배울 거다. 너넨 다 죽었어. 기분 좋은 하루를 이렇게 마무리 하네.

 

편지는 나의 힘.

특내 기간에는 편지를 받아볼 수 없다.

미리 도착한 편지는 소대장들이 잘 간직했다가 특내종료 후 나눠준다.

그 후로는 세상과 소통하며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후보생이 그렇지만, 나 역시 편지 보는 낙에 버텼다.

그래서 기대했던 이에게서 편지가 안 오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기도 하다.

인간관계를 새로이 정립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할 수 있겠다.

 

 

- 동기생 관찰

허은ㅇ : 감기

김자ㅇ : 절뚝대고 감기도 심함

민경ㅇ : 부모님 편지 받고 화장실서 대성통곡

 

 

posted by 주할미

2010년 4월 7일 수요일 / 날씨 : 슬슬 봄이 온다

 

- 주요 생활 내용

기쁘다. 훈련일지를 빨리 받아서 점호 전 시간 활용이 가능하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었어.

사과와 떡이 나와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 판이었으나 역시 식당은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미친듯이

'차려!' '식사에 대한 묵념!' '바로!' '힘찬 구호와 함께 식사 시~작!'이러면 경쟁하듯 소리 지르고..

근데 이 와중에도 목소리 작은 애들이 꼭 있다. 걔네하고 한 세트로 먹으면 손해보는거다.

 

※ 친절한 할미의 참고사항 - '식당예절'이란?

4인이 한 세트다. 내 옆에 한 사람과 마주 앉은 두 사람까지 총 네 명이 자리에 앉으면 식사를 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춰진 것이다. 그러면 위와 같은 순서를 소리친다. (잘 기억이 안 난다. 그 세트에서 제일 먼저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했던가.. 특정 위치에 앉은 사람이 했던가..)

힘찬 구호와 함께- 에서 힘찬 구호는 '국민이 주신 이 음식을 감사히 먹겠습니다'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저 구호 소리가 작았다가 걸리면 다 같이 동기부여다.

그리고 플레이트 수평. 식판을 받쳐주는 건데 아직도 이건 왜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이 모든 것을 지금 130기 이하 후보생들도 하는 지 모르겠다. 우리 때는 13주차 정도였나. 장교화 과정에서 이와 같은 식당에서의 구호는 사라졌었다.

 

그래도 오늘 체력검정은 만족스럽다. 윗몸일으키기야 뭐 어쩔 수 없었고.. 팔굽혀 펴기는 특급개수만 채우면 관두는 건 줄 알았다. 다들 막 50개도 넘게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구보는 역시 나의 적... 그래도 16분이면 솔직히 잘 한거다. 상대적으로 못해보여서 그렇지...

각개전투는 나의 적... 더 힘들었지 물론. 내 몸은 더 이상 내 몸이 아니고...

응용포복은 거의 뭐 온 몸을 땅에 비볐다고나 할까. 흙투성이..

 

 

그러고 났더니 오늘 여군 소변검사를 한다고 머나먼 항의전대에 가야했다. 샤워도 못하고 ^^ 가서는 앞에 나가서 소대장님들 성대모사를 해야 했다. 하아... 그래도 동기들이 잠시나마 웃었으니 다행이다. 가는 길에 본 벚꽃이 내 맘을 또 싱숭생숭하게 만들었지만...

 

- 건강상태

멍투성이

 

- 동기생 관찰

서지ㅇ : 또 생리 중

윤정ㅇ : 무릎 통증

 

posted by 주할미

2010년 4월 5일 월요일 / 날씨 : 괜찮군

 

- 주요 생활 내용

정신 없이 지나갔다 또 하루가.. 열시네 벌써. 뭘했나 오늘은 또? 제식, 태권도 반복 숙달.. 즐거운 이론학과.. 동기부여... 아! 아침부터 또! 군기소대장님에게 찍혀서 동기부여 받으며 하루를 시작했구나. 진짜 한숨 나온다. 다음 번에 군기장교 근무후보생을 지원해볼까보다 확.

 

※ 친절한 할미의 참고사항 - '근무후보생'이란?

역할놀이를 하면서 감투를 쓰는 것을 말한다. 작전장교, 교육장교, 군기장교, 군수장교, 보급장교, 시설장교 등의 참모역할과 대대장, 중대장, 소대장 등의 지휘관역할로 크게 나눠지며 견습사관, 급양, 기수 등의 특수 보직도 있다. 각각의 역할은 다르지만 결국은 전체 후보생들을 대표하는 '반장' 비슷한 역할로서 체력과 의지가 받쳐준다면 한번쯤 원하는 보직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벌써 완소완취인 관계로 나는 필살기를 발휘해 어둠 속에서 글을 쓰겠다. 왜 이렇게 옷 갈아 입는 시간은 조금 주고 쉬할 시간도 안 주는 걸까. 이러다가 방광염 걸리겠다.

지ㅇ이가 목발 짚고 와서 순간 완전 울컥했다. 속상한 건,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거다. 기껏해야 책 들어주는 정도다. 마음이 매우 안 좋다. 얼른 나아야 할텐데..

우리 방에서 난다는 냄새가 설마 나 때문일까? 나 되게 잘 씻는데... 근데 집에서도 내 방에서 초딩 남자애 흙장난하고 들어 온 냄새가 난다고 했었는데..

하아... 오늘은 아무래도 전투복을 입고 자야겠다. 나는 왜 왜 전투화 신는 게 느릴까? 큰 고민거리이다. 전투화! 집총제식, 태극 1장보다 더 어렵다.

 

 

발이 편한 좋은 군화라는 말이 너무 웃기다 ㅋㅋㅋ

편하고 좋아진 신형 전투화  

 

 

- 건강 상태

오른 팔이 이상함

 

- 동기생 관찰

김지ㅇ : ㅠㅠ 발목 빨리 낫길

허은ㅇ : 그리 심한 건 아니라 다행이다

윤은ㅇ : 지ㅇ이랑 같은 방인데 목발 짚네.. 그 방에 마가 꼈다.

 

 

posted by 주할미

2010년 4월 1일 목요일 / 날씨 : 비 ////

 

- 주요 생활 내용

 

소대장님한테 불손하게 굴었다가

아주 많이 힘들었던 어느 날...

 

 

posted by 주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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