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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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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2010. 4. 17. 토요일 / 날씨 : 건빵데이♬

 

 

- 주요 생활 내용

 

드디어 내 몫으로 한 봉지가 왔다!

신난다!

 

나는 지금 지ㅇ이네 호실에서 자습을 하려고 하면서 나의 건빵을 입에서 녹이고 있다.

오늘 이거 다 먹고 자면 분명 후회하겠지?

 

아껴 먹어야지....

잘 주지도 않는데...

 

일조구보 열외를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상태가 안 좋았다.

잠시 체력 충전을 하자고 생각했다.

제식 연습도 버겁고 식당 입장 뜀걸음도 힘들었다.

 

그런데 일광소독이라니...

 

 

 

돌덩이 같아 보이는 이 매트리스들을 햇빛에 소독하는 작업.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위생을 위해 필요하긴 필요했던 것 같다.

 

 

4층 사는 우리에게 정말 충격적인 일이었다.

허리랑 등도 아프다.

자꾸 의자에 기대지 말라고 해서 더 그런가보다.

이런 잔병에 감기..

항의전대 가도 낫지 않는다는 이것들이 나를 괴롭힌다.

 

다음 주부터 너무 걱정이다.

이론 평가.

제식 경연이야 뭐 어떻게든 되겠지...

사격을 저렇게 몰아서 하다니.

잘 할 수 있을까?

떨린다.

 

드디어 실탄 장전인가요.

오늘 총기분해 최고기록 약 1분인데..

분해, 조립 반복해보니까 총에 애착도 생기고 좋다.

내 총 구린 것 같아서 싫었었는데..

이름을 지어줘야겠다.

몽쉘 당첨!

 

 

나는 군대가면 초코파이만 먹는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우리는 몽쉘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몽쉘은 그나마 종교참석 때 받아 먹을 수 있는 실현가능한 꿈 중에 하나였다.

가장 소중한 존재 중 하나이기도 하고..

그래서 과감히 몽쉘처럼 내 총기를 사랑하자는 마음으로 '몽쉘'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몽쉐리~ 우리 몽쉐리, 이제 소중하게 다뤄줘야지.

사랑으로 아끼고 감싸주겠다.

 

박용ㅇ 소대 제식경연 1등을 기원하는 밤!

 

※ 친절한 할미의 참고 사항 : '박용ㅇ 소대' 란?

 

보통은 1중대 1소대, 2중대 3소대... 이런 식으로 부르지만

특내를 종료하고 나면 우리에게 소대장 이름을 붙인 소대명을 준다.

그래서 우리 소대장이었던 박용ㅇ 중위님의 이름을 따서,

'박용ㅇ 소대'라고 불렀다.

나름대로 소대장의 책임감도 강조하고,

서로 각별한 사이로서 의미 부여가 되는 괜찮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김동ㅇ 후보생 등등이 고생이 많다.

다만 나서서 얘기하는 사람이 다수라서 의견 일치가 안 되는 게 좀 귀찮게 만든다.

월요일에는 견습 완장 찬다.

 

5주차!

견뎌보자!

 

 

- 동기생 관찰

최수ㅇ : 건강

김지ㅇ : 주말 패션으로 생활에 활력을 찾음

허은ㅇ : 구보 열심히 참여 중

 

 

 

지금 생각해보면...

이 때 나에게 벌어진 모든 일들에 대해

나는 '왜'라는 생각 조차 할 수 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었고

그것이 당연하고, 또 그것을 감수하고 들어간 것이라는 전제가 있었기에

버텼던 것 같다.

 

사실 그 때는 정말 사소한 것에 집착하게 된다.

나의 경우에는 건빵으로 대표되는데,

주변에 많은 동기들이 '나만큼 티는 안냈겠지만'

채워지지 않는 식욕, 수면욕으로 인해 괴로웠을 것이다.

(아마도 성욕 따위는 생각할 겨를도 없지 않았을까. 적어도 초반에는..)

 

실제로 남군 동기들 사이에서는

행군을 위해 배급 받았던 과자들을 다들 잘 숨겨뒀는데

누군가가 몰래 다른 동기의 과자를 훔쳐 먹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여군 동기들은 주로 속옷을 훔쳐 입는 것 같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그런데 그 범인(?) 남군이 카이스트를 나왔다는 둥,

카이스트 나온 아이도 과자 앞에서는 별 수 없다는 둥,

심각하게 (우리에게 과자란 심각한 소재였으므로) 우스개 소리를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글쎄,

개인으로서의 나는 이제 이 모든 것들이 추억으로 남아서

이렇게 회고하며 웃을 수 있지만

 

 

제도로서의 군대, 징병제, 의무복무...

이것이 과연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것인지,

우리는 정녕 이보다 더 나은 사회에서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인지

그저, 무작정 비판 없이 받아들이기 보다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쉬운 것이 없다.

 

 

posted by 주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