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일이 문득 생각난다는 것은
지금 매우 한가롭거나
지금이 불만족스럽거나 하는 이유 때문이 아닐까.
정말 죽은 블로그라고 생각했던
아니, 내 생활에 끼어들 틈도 없이 잊고 지냈던 블로그가 생각났고
그래도 한 때 꽤나 애정을 가지고 공을 들였던
지난 날의 나의 열정이 그리워졌다.
아직도 하루에 열명씩이나
공군 항문검사를 키워드로 검색해서 들어와 본다는 사실이 무척 놀랍다.
2017년에도 공군은 여전히 우리의 똥꼬를 들여다 보고 있을까.
얼마 전에 동기들과도 그 날의 우리의 우스운 꼴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사실 나는 아주 제도권 순응적인 존재로 길들여져서
실제로는 어떤 사회적 의식이라는 게 없으면서
늘 의식 있는 존재로 살아가려고 발버둥치는 처량한 인간 중 하나인데
기득권에게 저항하고 불공정한 것에 분노할 수 있는
멍석을 깔아 준 대한민국에 감사할 따름이다.
오늘도 어찌나~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았는지..
팀장님께 나직하게 말했다.
"회사생활은 정말 인내의 연속이네요."
팀장님이 웃으며 말했다.
"원래 월급의 절반은 상사한테 깨지는 값~ 나머지 절반은 인내하는 값이라잖아."
우리 팀장님은 참 속도 좋다.
(아니 정말 좋은 분이다. 팀장님이 이거 보는 것도 아닌데, 내가 거짓말 할 이유가 없다. 진짜다.)
이제 17년 하고도 3월이니까 올해의 큰 그림을 그려보자.
1.
그동안 내 안에 내재되어 있던
'젠더 의식'과 '합리적 개인주의'를 표출하기 위한 물밑 작업으로
최근 여러 종류의 책을 접하고 있다.
나도 이유를 잘 몰랐던 그동안의 나의 행동들에 대해 겨우 이해하기 시작한 걸음마 단계이지만
그 쾌감이 꽤나 짜릿하다.
2.
그리고 회사생활에서 나의 입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한
생존전략을 구축하려 한다.
나는 평생 스스로의 노동력을 팔아야만 입에 풀칠할 수 있기 때문에
내 노동력의 가격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담금질을 해야만 한다.
3.
더불어 놀고 있는 나의 돈도 일을 시키려 한다.
돈이 열심히 일해서 다른 돈을 데려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실은 회사에 별로 적합하지 않은 인간임을 사람들이 눈치채기 전에
(그래서 짤리기 전에)
그 어떤 상황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갈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돈의 냄새를 맡는 타고난 재능이나 감각이 없는 나로서는
이조차도 공부하고 노력해야지 될까 말까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나의 투자관을 점점 정립해나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4.
그래도 독자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담아
다음 번에는 훈련일지를 갖고 내려와 다시 하나하나 구닌시절 이야기를 풀어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