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난이도는 쉬운 편에 속한다. 의외로 직접 계산하는 것보다 눈대중으로 대충 맞춰봐도 답을 구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평균을 구하거나 합계를 할 때 무작정 소수점까지 다 구할 생각은 말고 대충 곱하고 나눠보면 답이 추려진다. 이 계산을 대충 할 것인가, 끝까지 답을 구해볼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때가 있다. 제일 먼저 보기에 주어진 수치들이 얼마나 서로 근사치인지 확인한다.
보기 5개가 서로 ① 3.1 ② 3.3 ③ 3.5 ④ 3.7 ⑤ 3.9 이런 식이면 끝까지 구해봐야 한다.
하지만 ① 1 ② 3 ③ 5 ④ 7 ⑤ 9 이런 식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충 해서 반올림, 버림 같은 걸 해보면 쉽게 답이 도출된다.
자료해석은 스피드다. 정직하게 하나하나 보는 게 아니라 수에 대한 감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언어논리력과 마찬가지로 배점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많은 경험자들이 이야기 하듯이 그리 어렵지는 않다. 자료해석을 잘 하기 위해 특별히 외국 대학을 나올 필요도, 흔히 말하는 명문대를 나올 필요도 없다. 그런데 또 바꿔 말하자면 다들 쉽게 느끼기 때문에 한두 문제 싸움이 되기도 한다. 쉬움에도 불구하고 대충 대할 수 없는 슬픈 현실이다.
특별히 외울 공식 같은 것은 없으니 사칙연산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연습만 하길 바란다.
표에서 수치를 찾는 연습도 필요하다. 보기에서 말하는 수치를 빨리빨리 찾아내는 것.
이런 표에서 1996년과 1997년 사이의 여성수의 변화가 더 큰지 2000년과 2001년의 여성수의 변화가 더 큰지 라든지, 다른 표와 연계해서 여성비율의 변동폭이 가장 컸던 해에 다른 표에서 벌어진 일 중 맞는 게 무엇인지 라든지.. 다양한 문제가 출제된다. (무슨 문제인지 이해가 될런지..)
실제 시험장에서 문제를 풀 때도 단순히 눈으로만 하지 말고 왼손으로 문제지를 짚어가면서 오른손으로 연필로 체크해 가면서 능동적으로 풀길 바란다. 보기 중에 아닌 건 확실하게 옆에 x 표시로 걸러내는 습관을 길러둬야겠다.
언어논리력은 인지평가 항목 가운데 가장 배점이 높은 과목이다. 100점 중 40점. 게다가 필기시험의 첫번째 과목으로서(아마도) 언어논리력을 잘 보면 그 날 전체적으로 다른 과목에도 자신감이 붙을 것이다. 우리가 수능에서 언어를 망치면 나머지도 같이 망치듯이..
25문항을 20분에 보면서 배점은 40점이다. 한 문제당 1.6점이다. 예시 문항을 보아도 감이 잘 안 올 것이다.
1. 문제집이 도움이 될까? 시중에 나와 있는 각종 문제집을 푸는 것은 도움이 된다. 공군 학사장교 문제집은 1권 밖에 없었는데 요새는 어떤지 모르겠다. 꼭 공군 것이 아니더라도 대부분 비슷하니 3군 장교 필기시험 문제집은 적어도 1권 이상은 풀어보고 가기를 권한다. 모의고사 본다는 생각으로 시간 측정하면서 과목 순서대로 한 번 끝까지 풀어보고 가면 도움이 될 것이다. (비슷한 문제가 많이 나왔다는 증언들도 있다.) 언어 파트는 지문이나 내용이 다르면 별 도움이 안된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스타일'에 적응한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만약 문제집을 안 풀어봤다면 지금이라도 빌려서라도 풀어보길 권한다.
2. 온라인 유료 사이트는 어떨까? 여군 부사관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교육 사이트가 있다. 나도 그곳을 기웃거렸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그곳에서 돈 내고 교육 받았던 동기도 있다. 그 친구의 결론은 도움이 된다, 이다. 그곳의 자료는 굉장히 유용했다고 한다. 다만 비싸다. 나 개인적인 생각을 묻는다면 굳이 그 돈을 주고 수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3. 이 외에 다른 공부법은 없을까? 수능 언어영역의 문법 어휘 파트를 추천한다. 또 하나의 추천 공부법은 KBS 한국어능력시험이다. KBS에서 주관/출제하는 한국어시험은 난이도가 꽤 높고 언론인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는 시험이다. 공식 홈페이지에 가면 일부 기출문제가 예시로 나와 있다. 문제집 한 권 정도를 사서 풀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객관식 시험에서는 '많이 풀어보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문제집 사는 돈이 아까울 때도 있지만 깨끗하게 연습장에 풀고 중고로 팔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중고 책을 사거나 물려받을 수도 있고 방법은 구하기 나름이다. 기초 공부를 탄탄히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결국엔 문제 푸는 요령 싸움이다.
나 그래도 05년 수능 언어 1개 틀리고(그 때 시험이 쉽긴 했지만) KBS 한국어능력시험 상위 1%이내 성적 보유자로서 허세를 좀 부려 요령 몇 가지 말해보자면.. 1. 보기를 먼저 대충 훑고 지문을 본다. (긴 지문에 문제가 2개 이상 붙어 나오는 경우는 특히) 2. 답을 확실히 모르겠을 때는 보기 5개 중 정말 아닌 것을 먼저 제끼고 나머지 중에 찍는다. 문장을 읽다보면 정말 아닌 것들이 있다. 아무리 찍는다고 해도 눈 감고 찍을 수는 없잖나... 3. 언어 파트는 우리 모태언어. 국어다. 그럼에도 생소하게 느껴지는 단어들이 있다면 남들 귀에 안 들릴 정도로 살짝 소리내 읽어본다. 눈으로 보면 모르겠는데 읽어보면 아~ 싶은 단어가 가끔 있다. 문맥으로 살펴보거나 단어를 잘라서 한자로 뜻을 유추해볼 수도 있다.
그리고 시간 분배. 25문제에 20분이면 시간이 타이트하다. 시간 분배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 어쩌면 문제 난이도 자체는 어렵지 않아 시간만 충분히 주면 누구나 다 맞힐 수도 있다. 그렇기에 시간 활용이 중요하다. 중간에 막힌다고 무조건 제끼고 넘어가지는 말고 (그러다가 모든 문제를 제끼고 갑자기 멘붕에 빠질 수 있다.) 차근차근 풀면서 탄력 받아 스피드를 내자. 처음부터 초조하게 막 달달달달 다리 떨면서 빨리 풀어야 된다고 조바심 내면 안 된다. 언어 파트가 모든 시험의 첫 단추이기 때문에 안정감 있게 스타트를 끊어주는 게 중요하다.
시험이 얼마 안 남았는데 내가 게으르다는 이유로 포스팅이 늦어지는 것 같아 부랴부랴 글을 썼다. 내 블로그에 자주 들러주는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자 오늘도 오지랖 허세 한 번 부려본다. 다들 공군 장교 되세요!
그들은 모두 태초부터 공부를 잘했거나 장교 시험을 위해 시간 투자를 많이 하고 열심히 공부를 한 친구들이다. 그래서 평소에 국사와 담 쌓고 지낸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장벽이 높게 느껴질 수 있다.
(나도 사실 수능 국사는 다 맞았었다...고 9년 전 일을 자랑하고 싶다.)
내가 지난 포스팅에 근현대사가 비교적 어렵다고 했던 것도 내가 근현대사 공부를 안했었기 때문인 것이다. 수능 근현대사만 하고 국사를 선택하지 않았던 동기는 국사가 공부할 것이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이것은 상대적인 문제다.
너무 과하게 유구한 역사를 자랑해서 각종 시험 때마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자랑스런 대한민국.
그래도. 여전히 국사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일단 교재를 구하기가 쉽다.
[추천교재 및 강의] 1. 고등학교 국사/근현대사 교과서 및 문제집 2. 9급 공무원 수험서 3. EBS 교육방송 문제집 + 강의 4.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중급 수험서
근현대사는 많은 비중이 출제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이 더듬어지지만, 한두 문제라 해도 사람에 따라 그것이 전혀 감이 오지 않는 문제면 어렵게 느껴지고 비중이 크게 느껴지는 법이다. 그래서 근현대사 공부를 추천한다.
요새는 공군 장교가 더욱 각광 받아서 경쟁률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우리 때도 그랬다고 자랑하고 싶다.) 동기들 중에는 첫 필기에서 떨어졌다가 1년 후 재도전해서 우리 기수로 들어 온 친구도 있다. 시험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해도 옆 사람보다 더 많이 틀리면 불합격의 길을 걷게 된다.
특히 요새는 학교에서 국사나 근현대사를 등한시 하는 경우가 많아, 그간 나몰라라 하다가 이제와서 공부하는 사람들도 꽤 될 것이다. 이과생들도 그렇고..
위에 추천한 교재들 중 2권 정도는 마스터하고 EBS 강의도 2번 이상 듣길 바란다. 그리고나서 본인이 특히 약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좀 더 파고들어야 한다.
6월 8일이면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두근두근. 토익이 승부를 걸 수 없는 성적이라면(900 이하라면), 각종 자격증으로 점철된 '직장의 신 미스김' 같은 존재가 아니라면, 다양한 조기교육으로 태초부터 공부를 잘하게 만들어진 사람이 아니라면(혹은 그렇더라도), 국사와 근현대사를 놓치지 말라.
문제유형은 복잡하거나 다채롭지 않으니 겁먹지 말자.
흐름을 명확하게 머리에 집어넣고 주요한 사건과 문화재, 연도들을 암기하는 방식으로 공부하면 좋겠다.
2013. 5. 22. ~ 24. 2박 3일간 진주 교육사에서 진행된 공군 학사장교 124기 전역 전 홈커밍데이 행사.
오랜만에 동기들이 많이 모였다. 나는 부대 사정상 첫날은 참석 못하고 둘째날 오후부터 일정에 참여했는데 재밌는 건 첫날이랑 둘째날 오전에 다 한 것 같다. 130기 후배들과 구보 뛰고 다같이 목욕하고(걱정마라. 성별의 구분은 둔다.) 둘째날 오전에는 피구도 하고 즐거이 놀았단다. 역시 아무리 꾸미고 새침하게 굴어도 구닌은 구닌인지 몸으로 하는 걸 동기들 모두 좋아들 한다.
사랑하는 동기들아. 안녕. 나는 간다.
진주 공군교육사령부 기본군사훈련단 장교교육대대.. 명예관 앞에서 다시 모여 사진 찍고 얼굴 보며 웃는 날이 올 줄이야. 다시는 진주는 안 온다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약이긴 약인가보다.
다들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들 3년 간 복무했고 이제 각자 또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떠나겠지. 군에 남아 국가에 봉사하는 동기들도 있겠고. 다 제 삶이다.
경남 진주 교육사령부가 본거지라 할 수 있고, 그곳 장교교육대대에서 만나는 중/대위들은 정말 무섭다.
그들은 사정없이 교육생들을 힘들게 한다. 알고 보면 따뜻한 사람들이겠지만 그곳에서는 다르다.
그렇게 빨간 훈육관 모자를 쓴 그들을 보며 교육 특기에 대한 편견을 갖기 쉽지만 교육 장교들은 그런 훈육관 자리뿐만 아니라 일반 행정직 비슷한 업무를 보는 자리로도 많이 보내진다.
훈육관을 제외하고는 사실 교육 특기 역시 정체성이 조금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매년 특기 통합의 대상으로 거론된다. 부대 전입 장병 교육이나 민간 위탁 교육을 나가는 장병들에 대한 업무라든지 약간 '교육'의 냄새를 가진 행정 업무를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교육 특기만의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장기를 희망하는 자원들에게 교육 특기는 그리 많은 기회를 주지 않는다. 초급 장교를 뽑을 때도 그리 많이 뽑지는 않지만, 장기 티오가 조금 적은 편이다. 선생님들이나 교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들이 우선 선발 대상이다.
장교교육대대에서 좋은 훈육관을 만나면 교육 특기에 대한 환상을 품게 되기도 한다. 만약 3년만 복무하는 의무복무 남군들이나 여군들이라면 3년 빡세게 진주에서 훈육관으로 살아보는 것도 정말정말 좋은 인생의 밑거름이 될 거라 생각한다. 장교대, 부사관교육대대, 신병교육대대 등 여러 자리가 있다.
훈육관은 정말 매력적이다.
나도 해보고 싶었던 것이기도 하다. 정말 많은 사람들 앞에서 교장선생님 훈화 같은 말을 해야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을 독려하며 때로는 거칠게 다루며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전체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위치다.
다만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교육생들을 거칠게 다뤄야하는 것이 힘들 수도 있다. 화도 많이 내야 하고, 소리도 많이 질러야 하니까. 성격이 변할 수도 있다... 그리고 수도권거주자라면 진주는 정말 땅끝 저기 저 지구 속 맨틀에 있는 기분이 들 것이다... 훈육관이 아니라도 교육 특기는 그들의 고향 진주에 남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도 명심하시길.
2. 정보
우리는 '정보'와 '정보통신'을 구분해야 한다. 미군들은 '정보' 특기를 'Intelligence'라고 한다. (내가 알아들은 게 맞다면) 그러니까 군사 기밀과 가장 밀접한 업무를 한다고 볼 수 있겠다.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관리하고 그래서 궁극적으로 적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역할이랄까. 물론 조종사들 중에서도 이러한 업무를 하는 직책이 있지만, 이들은 정말 대단히 어려운 일을 한다.
자, 이들도 굳이 나누자면 두 파트 정도로 크게 나눠지는데. 하나는 수집 쪽이고 하나는 보안(비밀관리) 쪽이다. 수집은 이 특기의 꽃인 부대에서 주로 일한다. 지금 내가 있는 기지(부대가 여러 개 모여 있다)에 그 부대가 있다. 다른 하나인 보안담당은 우리가 업무하면서 다루는 각종 군사기밀, 비밀들을 관리하고 시설 부분에서도 가면 안 되는 통제 구역을 관리한다든지 이런 빡센 일을 한다.
이 특기는 정말 정말 일이 힘들다. 누구 하나 쉽게 일하는 걸 본 적이 없다.... 특기 교육도 다른 특기들과 달리 멀리 따로 다른 교육대에 가서 받는다. 공부도 미친듯이 많이 해야 한다. 알아야만 일을 할 수 있고 알기 위해 시간 투자는 당연히 필요하다. 소위 때부터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공부하는 동기들을 봐왔다. 그들은 힘들어 보였다. 게다가 어떤 부서에서는 항공통제 특기처럼 크루근무(3교대)를 한다. 나는 그들이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 수도 없다. 근데 좀 멋있다. 진짜 핵심인물들 같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것은 내용, 즉 알맹이고, 내가 하는 것은 껍데기, 서식 같은 점이라는 데에서 둘의 차이를 크게 느낀다. (인사행정 특기들이여, 여러분들을 평가절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튼 멋있고 겁나 힘들다. 장기 복무자 선발 확률도 그만큼 높다. 아무것도 모르는 소위 여러 명 뽑아서 힘들게 가르치는 것보다 그 과정을 이미 겪은 대위 한 명이 제 몫을 해줄 때 더 큰 효과가 나오기 때문이랄까.
3. 헌병
군대의 경찰. 우리가 드나드는 부대/기지 문을 지키고 법을 준수하지 않는 자를 처벌하는 일을 한다.
그 때 모 미군기지 앞에서 한국 민간인이 미군에게 수갑이 채워진 채 끌려갔던 문제로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그 일로 미군 대표가 사과도 하고. 또 SOFA 문제로 시끄러웠다. 그 때 수갑을 채웠던 미군 역시 헌병이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그도 기지 주변을 순찰하며 제 나름의 업무에 충실했던 것일 거라 예상된다. 그게 도가 지나친 월권이었던 게 문제랄까..
헌병은 군기가 매우 강하다. 탄약을 다루는 관계로 조금이라도 정신줄을 놓으면 인명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휘관을 하고 싶다면. 휘하에 병력을 거느리고 싶다면. 헌병으로 가라. 하지만 솔직히 평시에 우리 같은 초급장교들이 하는 업무들은 약간.. 병정놀이의 느낌이 있다. (비하 발언 아니다..) 내가 만났던 많은 헌병 특기 장교들이 '허세'가 심했다. (귀납적 추리에 의거한 결론이지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 근데 쓰고 보니 내가 꽤나 헌병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무서워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뭐, 고시공부하기에 좋다든가라고 소문이 나 있을텐데 난 꼭 그렇진 않다고 생각한다. 밤낮이 뒤바뀌어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람이 밤낮이 바뀌면 적응하기가 굉장히 힘들다. 시간이 많이 흘러도 잘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밤 중에는 사실 별 일이 벌어지지는 않고 자리를 지키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그것을 노리고 공부를 목적으로 헌병 특기를 받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러나 이 특기 중에서도 헌병중대장은 부대 행사에 동원되는 업무를 많이 하는 등, 바쁘다. 작전과에서 근무라도 하게 되는 경우에는..... 게다가 특임중대장! 휴....
기지 내에 과속하는 차량들도 단속해야 하고, 출입문에서 들고 나가는 인원들 조치해야 하고.. 할 일이 많다. 심지어 사고치고 오는 애들 영창에서 감시도 해야 한다. 공군에서도 아직까지 병사들 사이에 위계질서가 강해 악폐습이 숨어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래도 다양한 병사들을 만나고 군인 같은 삶을 살며 경험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4. 의무행정 / 법무
의사는 군의관으로 가고, 약사들을 뽑는 자리다. 아마 약사들은 이 블로그를 몰라도 잘 알아서 갈 것이다.
판사/검사/변호사는 법무 특기를 받을 것이다. 아마 법관들은 이 블로그를 몰라도 잘 알아서 갈 것이다.
5. 간호
나 때도 간호 특기를 따로 뽑았는지 모르겠다. 간호 특기는 간호사관학교 출신들로만 채우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닌가보다. 아마 특기 특성상 특별전형으로 대부분 채우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밖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근무 여건이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신분 보장도 되고.. 간호학 졸업자들은 충분히 고려해 볼만한 직업이다.
6. 기타
들어는 봤나, 김우.(나는 맞춤법을 몰라서 이렇게 쓴 게 아닙니다.) 그들은 위에 말한 모든 특기들의 잘잘못을 평가하는 특수 집단이다. 이렇게 뽑지 않고 현역들 중에서 일부 뽑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민간에 비유하자면 감사원이나 국정원의 느낌이다. 그들은 사복을 입고 다니고 장교도 뽑긴 하지만 부사관들이 굉장히 많긴 하다. 그들은 공군 소속을 벗어나게 돼 경례 구호도 '필승'이 아닌 '충성'이라고 한다. 사실 사람들이 뒤통수친다고 좀 싫어하기 때문에 욕먹으며 다른 사람 잡아넣고 이런 게 적성에 안 맞으면 그냥 처음부터 아예 생각하지 않는 게 좋겠다.
사실 그들이 이 블로그에 올 수도 있고 이 글을 읽을 수도 있단 생각에 나는 약간 두렵다. (아직은 뭐.. 그럴 만큼 활성화도 안 되어 있지만서도..)
내가 언젠가 말도 없이 너무 오랫동안 블로그를 비우거나 이게 갑자기 폐쇄되면........ 어떡하지...
또는 내가 갑자기......
만약 내가 전역하는 날까지 블로그가 건재하다면 자유로운 신분이 되었을 때 좀 더 노골적인 썰을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기까지가 공군장교 특기에 대한 일개 여군 중위의 개인적이고 편협한 시선이었다.
특기는 군생활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기도 하지만
단기장교들에게는 특기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배속지이다.
내가 배속지까지 비교분석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나는 안타깝게도 3년 간 한 곳에서만 근무를 했던지라 특기에 대한 것보다도 더 무지한 상태에서 글을 쓰게 될 것 같아서 망설여진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이 직무, 직책, 부서 같은 거지만.... 이건 제 운이다. 정말로.
뭐니뭐니해도 '사람'이 답인 건, 조금만 살아 본 사람이라면 다들 알지 않을까.
그나저나 오는 6월 8일이 필기 전형일이라니, 필기시험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좀 찾아보고 포스팅해야겠다.
작년까지는 관리 특기였는데, 재정으로 바뀌면서 드디어 특기명에서도 정체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관리는 뭔가 무슨 의미인지 알기가 어려웠지.. 뭘 관리한다는 거야...)
돈! 돈을 주무른다. 아무리 군대라도 자본주의의 군대인만큼 돈은 중요하다.
각종 예산을 짜고 우리 월급부터 시간외수당까지 다 챙겨주는 고마운 분들. 커피믹스 살 때도 그들의 손을 거쳐 돈이 들어온다. 음.. 솔직히 말하면. 그만큼 힘이 있음을 뜻한다.
재정 특기는 타 특기와 연계되는 일이 거의 없으며(어떻게 보면 모든 일에 얽혀있지만)
어느 부서에서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위치에 있다.
아무래도 무슨 사업을 하려 해도 이 부서를 거쳐 모든 것이 결정되기 때문에 다른 특기들은 요새 유행하는 '갑을' 관계에서 '을'의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재정 특기들이 '갑질'을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인간 본성이 아쉬운 소리를 하는 입장이다보면 그렇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들도 그들만의 세계에서 늘 골머리 아파한다. 모든 부서에서 돈 때문에 들볶고 제대로 서류 처리 안 해주면 다시 말해야 하고.. 스트레스 받아하는 걸 많이 봤다. 출납공무원이라는 직책은 은행에 가서 보는 업무가 상당히 많아서 차가 없으면 불편하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내 여군 동기들도 엄청 빨리 차를 사더라.
공인회계사나 재정직 공무원인 경우 이 특기를 받기가 매우 수월하고, 일반 장교들은 경영/경제/무역/회계 계열의 전공자를 선호한다. 나같이 행정학 전공 나부랭이에 돈에 무감각한 사람은 시켜줘도 잘 못할 걸 알아서 그런가..
개인적으로 나와 같은 처 소속인 다른 과 중 하나가 재정과라서 왕래가 종종 있는데,
(내가 있는 사령부는 부서가 처(실)-과 단위로 나눠진다. 좀 회사같지만?)
선배 장교 말을 들어보면 수 개념이 빠릿빠릿 없는 후임들이 오면 정말 복장 터진단다. 일하는 본인도 힘들겠지. 좋아보인다고 무작정 지르지 말고 본인의 적성에 잘 맞는지 생각하고 특기 신청하길 바란다.
2. 인사행정
그래. 난 인사행정이다. 행정학 전공자를 선호하고 행정고시 합격자 이런 사람이 잘 받는 특기다.
일단 큰 특징 없이 사무 일을 본다는 점에서 갓 임관한 장교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굉장히 높다!
우리 기수도 특히 남군들은 엄청난 경쟁률을 뚫은 자들만이 이 세계에 들어왔다.
어~느 부대에나 행정 장교는 필요로 한다. 어딜 가나 행정일 보는 사람은 필요하니까.
그래서 아무 데나 갈 수 있다는 초특급 장점이자 단점이 있다. 비행단 행정계장은 초급장교 소위 녀석들이 가장 많이 가는 즐겨찾기 코스다. 조종사들의 모든 행정 업무를 해줌과 동시에 전대장, 대대장님의 보좌관 역할 비슷한 것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좋은 상관을 만난다면 참 좋고, 반대라면....
예전에, 우리가 어렸을 때는 인사행정 특기가 인사 파트와 행정 파트로 좀 나뉘어져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약간의 라인은 있는데 인사 파트는 말 그대로 HR 개념이고, 행정 파트는 각종 행사나 업무 서식 같은 것을 담당한다. 131기를 뽑는 이런 거대한 사업들이 죄다 인사 파트의 일이다. 물론 인사행정 특기 혼자서 하지는 않는다. 다양한 특기들의 특징이 있기 때문에 공군본부에도 각 특기의 장교들이 배치되어 자신들의 분야의 인사 업무를 맡아서 한다. 어찌 보면 참 전문성 없는 특기이기도 하다.
아참. 인사특기의 꽃. 본부중대장과 근무과.
인사와 행정 파트 별개로 거의 유일(초급장교로서는)하게 인사행정 특기가 지휘관(비슷한)을 맡을 수 있는 게 본부중대장과 근무지원중대장이다. 지휘관이라 함은 휘하 병력을 다루는 자리이고, 본부중대장의 병력 관리란 매우 고달프고 힘든 일이다. 근무지원중대장은 사실 말이 중대장이지 거의 비행단 살림을 다 도맡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숙소부터 체력단련장 등등 각종 장병 복지에 해당하는 것은 다. 한. 다. 이 특기로서는 얼마 안 되는 '돈'을 만지는 자리이기도 하다.
장기 복무를 하고 싶으면 근무지원중대장 코스는 필수라고들 하는데.. 사실 정말 고생하는 자리이며, 돈을 만진다는 점 때문에 금전 사고가 나기도 쉽다. 내 잘못이 아니어도 내 잘못이 될 수 있기에 마음 고생도 심한 자리다. 3년 간 이 보직을 거치지 않은 나는 행운아이기도 하다.
- 잠깐 -
내 업무를 소개합니다.
나는 좀 별종인데. 큰 부대 계획과에서 근무를 하는 관계로 우리 사무실 장교 가운데에서 인사행정이라고는 나 혼자다. 우리 옆 인사과는 인사행정이 90%인데.. 우리는 과장님부터 나머지 장교가 죄다 조종과 방포다. 부대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이다보니 계획과는 좀 굵직한 업무들을 한다. 그래서 결국 잡무는 내가 맡아 하는 게 많다. 이상하게 정말 특기가 사람들의 적성과 성향도 반영하는 건지, 그 와중에 인사행정이라고 내가 사무적인 일에 좀 더 센스가 있고.. 그러다보면.... 흑흑..... 이 눈물의 의미는 아는 사람만 아는 거다.
다시 돌아와서.
3. 정훈
난 정훈을 가고 싶었다. 정훈이 뭔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그 때의 나는 정훈이 단순히 홍보 업무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은 착각이었다.
정훈은 장병 정신교육을 굉장히 중요한 업무로 수행하고 있고, 전시에는 대북 선전을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즐거운 이미지의 특기는 아니다. (나는 홍보, 이러면 그래도 밝은 구석을 많이 볼 수 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물론~ 부대 방문 강연이라든가, 국방부 출입기자 관리라든가, 이런 저런 대외 이미지관리 업무도 이들의 주요한 임무이다. 사진이나 영상 쪽, 미디어 관련한 업무도 한다. 글 쓰는 일도 많이 한다.
왜, 얼마 전 나름대로 화제가 되었던 레 밀리터리블도 우리 동기 김경신 중위가 기획 제작한 작품이었지않나. 그는 후보생 시절부터 사진후보생(?) 그런 자치근무를 맡아 참 열심히 뛰어다녔다.
공군에 엄청난 인재들이 가득하다는 걸 보여준 영상물, 레 밀리터리블.
어쨌거나 특기의 화려함에 반한 지원자들도 많겠지만 이 특기 장교들도 고생이 많다. 북한이 싫어하는 각종 훈련/연습 때 인 사 행 정보다도 정 훈이 더 많이 참여하는 것 같은 건 내 착각인가.. 암튼 그들도 군인이잖아...
다음 포스팅은 마지막으로 교육/정보/헌병/의무행정/간호/그리고 기타 특기에 대해 올릴게요.
공군의 이 분야 능력이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가 많다. 과거에는 민간 쪽보다 공군의 기술을 더 신뢰했었다고 한다.
업무의 강도는 결코 낮지 않다. 친했던 남군 동기 하나가 무작정 집에서 가까운 것만 생각하고 수도권 비행장을 근무지로 지원했다가 아주 오랫동안 격무에 고통받았다. 연락도 잘 안 되었고 그렇게 우리는 멀어졌다..
내가 근무하는 부대에서도 매월 회의 때마다 다음 달 예상 기상을 따로 보고드릴 만큼 중요도가 높다.
공군에게 있어서 이 특기는 '비행사고'나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그래서 일이 힘들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전문적인 분야이다보니 이쪽 분야로 진출할 계획이라면 군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고 하니 장기복무나 해당분야 지원자에게는 좋은 특기라고 생각한다.
2. 정보통신
짜잔. 정보통신!
나는 인사행정 특기다.(어디선가 밝혔는지 모르겠는데)
그런데도 나는 정보통신들과 참 많은 일을 한다. 정 보 통 신은 뒤치다꺼리를 많이 하는 특기이기 때문이다.
뭐만 하려고 하면 이들이 필요하다. 우리는 컴퓨터가 없으면 전쟁도 못할 테니까 당연한 얘기지만..
분야도 매우 다양하다. 실무자로서 정말 컴퓨터 몇 대를 두고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통신대대에서 중대장(지휘관) 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다. 많은 특기들이 장교는 직접 업무를 안하고 지휘관리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들은 누구나 한 사람 몫을(또는 그 이상을) 하는 훌륭한 자원들이 많다.
여군 중에서도 이공계열 중에는 이 특기에서 일하는 동기들이 많고, 장기복무 선발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그렇지만 여기 저기 불려다니며 일하고, 밤늦게까지 야근하는 케이스도 아주 많다.
3. 군수
예전에는 무기정비와 보급/수송 특기였는데 군수로 통합되었다.
아주아주 중요한 업무를 한다. 옛말에 '작전에 실패한 장수/ 의전에 실패한 장수/ 식량조달(보급)에 실패한 장수 중에 가장 용서받지 못하는 장수가 맨 마지막 장수'라는 말이 있다. (나도 어디서 주워들었다.)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고, 입을 옷을 주는 아주 중요한 업무를 한단 말이다.
그리고 무기정비 라인은 공군에서 또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를 더는 안해도 좋을 것 같다.
비행기(전투기/수송기 등) 정비를 맡고 있고, 실제로 무기 장착 등 활주로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특기다.
일단 군수 특기로 통합되면서 일할 범위는 넓어졌지만 아마도 본인이 주력하는 라인을 잡아서 직무를 맡게 될 것이다. 무기정비도 그렇고 군수 특기는 뭔가 멋있어 보인다...
사실 내가 지금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쓰려니 어렵다. 책상에 앉아 일하는 인사행정 나부랭이가 실제로 필드에서 뛰는 특기들에 대해 모두 알리가 만무하고 그저 주워 들은 이야기로 썰을 풀어야 하니 이 고통 또한 말로 다 하기가 어렵다. 모든 건 나의 주관이라는 것. (하지만 한번 쯤은 들을 만한 정보라는 것) 알아줬으면 좋겠다.
실망하지 마세요... 저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요..
4. 시설
시설 특기는 건물과 같이 겉으로 드러나는 비품들에 대한 책임을 맡고 있다.
군대에는 여러 가지 작전상 필요한 시설들이 있고 그것을 계획하고 만들고 수리하는 등의 업무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건설/토목/전기/기계분야를 전공했거나 종사했던 사람을 자원으로 받는다.
부대를 어디에 배치 받느냐에 따라 업무의 성격은 크게 달라진다.
어느 부대에는 시설과가 있고, 그 부대를 지원하는 작은 부대에는 시설대대가 있다. 비슷해보인다. 그러나 그 두군데 중 어디에 가느냐에 따라 당신의 3년이 좌우된다. 일단 하위부대에 배치되는 순간, 작고 많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또 직접 현장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이 특기에게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나쁘지만은 않다. 그리고 상위부대에서는 계획 업무를 하기 때문에 어차피 중/소위 자리가 많지 않다.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며 사는 것도 행복해지는 길이다...
5. 화학
수요가 많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화생방 관련 업무를 한다.
화생방 훈련을 받아보면.. 북한이 참 싫어진다.
방독면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실제로 전쟁이 난다면 굉장히 중요한 업무를 하는 셈이지만, 평시에는 그 특기가 아니고서는 이 특기를 가진 사람들을 볼 일이 많지 않다. 화생방 교육이라든가 제독 훈련 등을 받을 때나 볼 가능성이 크다.
- 항공길을 제시하는 역할. 3D, 즉 공간감각이 필요하다. 하늘을 몇 권역으로 나누고 그것을 민간 항공기의 길과 구분하여 사용하는 등 복잡한 일을 해야 한다.
- 아무것도 모른채 정훈 특기를 받고 싶어서 들어갔던 내가 훈련 받으면서 '혹'해서 꼭 받고 싶었던 특기다. 그런데 잘 뽑지 않는다. 절대적인 숫자(TO)가 적다. 우리는 특별전형으로 들어 온 두 명(남/녀 각각 1명) 빼고는 일반전형으로는 아예 뽑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지원조차 하지 못했다. 수가 적다는 것은 힘이 세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군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3. 항공통제
- 북한이나 각종 항공기의 움직임을 보고, 조종사와 통신하며 레이더를 읽어주는 역할. 24시간 잠들지 않는 눈이 되기 위해 교대 근무를 한다. 3교대 6시간 근무로 오전, 오후, 새벽 이런 식으로 나눠 사이클을 돈다. 이 말은.. 그 사이클에 몸이 맞지 않으면 굉장히 힘들다는 이야기다. 이 특기도 사이트라는 오지에서 근무를 하게 될 가능성도 있지만 말했다시피 여군들은 그런 데서 잘 받아주지 않는다. 환경과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탓이다. 위험하다는 인식도 있고.
- 사명감이나 실제 역할의 중요성으로 따지면 이 특기의 자부심은 굉장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근무여건이 많이 좋지 않다. 최근에는 조기경보기 피스아이(Peace Eye)라는 통 제 기, 즉 비행기를 타는 통제사들이 생겼다. 여군 동기들의 증언에 따르면 비행은 멋있다기 보단 고되고 비행스케줄 때문에 자유롭지 못한 점이 힘들다고 했다.
국내 첫 조기경보기 E-737 Peace Eye. 김해 공항에 위치하고 있다.
4. 방공포병
- 나같은 조무래기는 알 수 없는, 범접할 수 없는 그들만의 리그.
- 쉽게 말하면 땅에서 미사일을 쏴서 하늘로 오는 적을 막는 일을 한다. 본래 육군 병과였던 것이 공군으로 넘어왔다. 그래서인지 '방포는 뭔가 다르다'는 게 흔한 편견이다. 주변 사람들의 증언들은 그것을 입증해준다. 여군 장교들은 통제와 마찬가지로 포대나 동떨어진 곳에 갈 일이 드물다. 하지만 위치가 문제가 아니다. 비행단 대공방어대 근무만 해도 힘들어 하는 게 사실이다. 워낙 무기를 다루는 중요한 특기다보니 내부적인 군기도 세다. 그래도 조종 특기를 제외하고는 장군(무려 2스타)까지 배출하는 유일한 특기이다보니 군 내부에서 힘이 있다는 게 내 판단이다.
* 전투병과 총평.
일단 공부해야 할 것이 많다. 외우고 시험 보고 몸에 익힐 것이 많다. 그래도 정말 군인으로서, 장교로서 군생활 빡세게 열심히 해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나 하나가 국방에 제대로 일조한다는 느낌은 팍팍 받을 것이다. 장기 복무에 선발될 확률도 비교적 높다. (특히 통제와 방포) 오랫동안 군생활 할 생각이라면 도전해볼 만 하다. 그러나 내가... 책임질 수는 없으니.. 잘 판단했으면 좋겠다.
[명사] 훈련에 도태되거나 중간에 마음이 바뀐 후보생들이 더 늦기 전에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친절한 제도.
엄마..... 나야...... (부모님이 따뜻하게 반겨주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그 동안의 시간을 보상받을 수는 없다. 심지어 한 명이 돌아가고 난 다음 날부터 남은 이들은 더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돌아갈까?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지만 오늘은 일단 체력 문제에 집중하겠다.
다른 문제들은 다음 글, 훈련 기간의 글에서 소개하겠다.
냉정하게 말해서 여군 장교후보생들은 군에 대한 개념 이해 자체가 부족한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군은커녕 군대, 국방, 군인, 장교 이런 것들에 대한 이해가 없었고 그것은 훈련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내 동기 최모 중위는 장교 후보생은 신체 훈련은 거의 받지 않는 줄 알았다고 했다. 장교니까 그냥 책상에 앉아서 공부만 시킬 줄 알았다고. 무슨 손자병법이라도 공부하는 줄 알았나보지.
나는 그냥 막연하게만 생각했다. 뭐 그냥 좀 힘들겠지, 했다.
그러나 그런 안일한 생각은 입대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훈련에는 도움이 안 된다.
(입대에 왜 도움이 되냐고? 아무 생각 없어야 즐겁게 아무렇지도 않게 입대할 수 있으니까.)
닥치면 다 할 것 같지만, 나는 당연히 52명 중 4명이 아니라 48명에 속할 것 같지만, 막상 들어가면 내 체력이 못 버티는 경우도 정말 있긴 있다.
방법은 딱 하나다.
뛰어라.
발목에 팔목에 모래주머니 차고 뛰란 말까진 안 한다. 그냥 실내에서든 밖에서든 뛰어라.
처음에는 3km로 시작하지만 후반부에는 6~8km를 군장 메고 뛰기도 하고 아무리 공군이라도 몇십 킬로를 행군도 한다. 유격장, 화생방훈련장, 사격장도 다 뛰어 올라가야 한다. 나 혼자 슬로슬로퀵퀵 페이스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남자들 페이스에 맞춰서 뛰어야 하고 대열에서 뒤쳐지면 다음 기회는 없다.
근력 운동은 바라지도 않는다. 일단 뛰는 것에 익숙해질 생각부터 해라.
모르긴 몰라도 여기 이 글 읽고 있는 현대여성 여러분 중에 뜀박질이 생활인 사람 많지 않을 거다. 나는 악으로 깡으로 버티긴 했지만 의외로 낙오가 많다. 잘 뛰던 사람들도 뙤약볕에 뛰고 나면 혀물고 쓰러지기도 하는 게 기본군사훈련단에서의 흔한 광경이다. 뛰는 게 익숙지 않다가 갑자기 많은 양의 달리기를 하면 발목이나 무릎, 고관절에도 부상을 입기 쉽다. 그렇게 들어오자마자 목발 짚고 다니는 동기들도 여럿이었다. 알고 있겠지만, 군대에서 아프면 서러움 뿐이다.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 동기들도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도 벅차다.
뛰는 게 자신 있고 다른 것을 병행할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독서를 권한다.
나는 15주 동안 책을 접할 수 없다는 게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후반부에는 조금 볼 수 있었지만) 대단한 독서광은 아니지만 세상과 단절되어 지낸다는 게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읽고 싶었던 책, 보고 싶었던 영화, 갖가지 문화생활을 즐기고 들어오길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오길..
나의 훈련일지의 절반은 음식 얘기..인 것 같다.
식탐에 지배당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끌려오는 것도 아니고 하나의 직업으로(또는 경험으로) 본인이 선택해서 들어오는 만큼 여군에 대한 기대는 높은 편이다. 여군이 못하면 5배로 눈에 띄고 또 그만큼 여군이 잘하면 좋은 쪽으로 눈에 띈다. 훈련단에서의 성적이 자신의 군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한 것 같지만 특기와 배속지 결정에 관련이 있는 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훈련단에서 성장해 나가는 자신을 보며 다른 대한민국 여자들은 해보지 않은 알 수 없는 성취감을 누리는 특권이 주어진다.
대한민국 남자들에 대한 미안함. 공감. 고마움. 또 그것을 함께 해나간다는 자신감.
비록 '니들은 오고 싶어서 온 거잖아'라는 손가락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그것까지 생각하기에 훈련은 너무 고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