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1일. 내 어깨에 달린 다이아.
모든 경험은 그 때 그 때 사소한 변수 하나로 결과가 다 달라지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험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이유는,
큰 줄기를 알고 대처 방법을 익혀두면 일단 반은 성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공군 장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도
인터넷과 서점을 뒤지는 일이었다.
누가 쓴 책은 없나.
블로그에 올려놓은 후기는 없나.
어떻게 하면 멀리 돌아가지 않고 쉽고 빠르게 장교 전형을 준비할 수 있나.
노하우라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현역 장교들은 일단 언론(그게 비록 1인 미디어라 할지라도)에 노출되는 것을
극히 꺼렸고, 정보를 접하는 게 쉽지 않았다.
특히 소수인 여군의 케이스는 더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준비했다.
혹시라도 공군 장교가 되고자 하는 성별이 여자이며(남자라도)
임관일 기준 만 27세 이하인
4년제 대학생 또는 졸업생이 있다면(미안하다. 학력제한이 있다)
아래 글을 통해 나도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1. 일단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권한다.
2. 또 한 번 생각해도 군인이 천직인지,
아니더라도 3년을 군대에서 보낼 자신이 있는지 숙고하길 권한다.
3. 두 번의 생각 끝에도 공군 장교가 되어야겠다는 결론이 난다면
이제는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어차피 장교가 되기로 결심했다면 진짜 되어야 하니까.
4. 개인적인 배경을 먼저 설명하겠다.
나는 지원 당시 만 24세였다.
일반전형 지원서를 11월 내 생일 지나서 접수 받기 시작했으니까.
공군 학사장교 여군은 1년에 1회만 뽑았었었었었었다.
(올해부터 바뀐 모양이다!!! 이번 131기부터 여자어린이들을 모집한단다.)
재수생활 없이 대학생활을 했고 1년간 휴학하고 4학년 졸업을 앞둔 학기에
약간은 즉흥적으로 입대를 결심했다.
키는 165cm이고
몸무게는 55kg을 넘어본 적이 없었다.(입대 전에는 말이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능력인 근력과 심폐지구력은
매우 부족한 편이었다.
대학 때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은 것은 아니나
당원 가입이나 집회 참석 등의 화려한 경력은 없다.(이것 또한 의미가 있다)
5. 지원자들의 관심이 가장 많은 것으로 예상되는 필기시험.
영어, 국사, 인지능력평가, 상황판단평가, 직무성격평가로 이루어진다.
이 중 영어는 공인영어성적(토익, 텝스, 토플)으로 대체한다.
(내 영어 성적이 궁금하면.... 댓글을 이용해주길 바란다.)
인지능력평가는 4과목으로 이루어져있는데 배점이 가장 크고
시험 유형이 조금은 생소하다.
언어논리력
수능 언어보다는 약간 까다롭고
행정고시 1차시험인 PSAT보다는 절대적으로 쉽다고 생각하면 된다.
평소 언어적 감각이 뛰어나다고 평가 받아 온 나에게는 비교적 쉬운 파트에 속했다.
자료해석
통계자료를 보고 분석하는 능력을 테스트하는 과목이다.
빠른 두뇌회전을 필요로 하지만 연습을 통해 충분히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지각속도
그러니까 말 그대로 시각 감각을 통해
얼마나 빨리 원하는 바를 찾아낼 수 있느냐 묻는 건데, 이게 어렵다.
숫자를 2398491847934823948 이렇게 줘놓고 8이 몇 개나 들었는지 맞추는
그런 문제가 나온다. (답은? 4개)
문제는 시간을 굉장히 조금 준다는 건데, 내 기억에 3분 동안 30문제를 풀어야 했다.
배점도 크지 않고 응시자의 수준이 다 비슷할 테니 욕심 부리지 말고 절반만 풀고
푼 건 다 맞춘다는 생각으로 답안지나 밀리지 않도록 하는 게 올바른 전략이다.
마지막으로 공간능력
시험지에는 지도가 그려져 있는데,
그것을 손대지 않고 왼쪽 오른쪽 뒤집어서 등
여러 방향에서 봤을 때 어디에 어떤 건물이 있을지를 맞추는 시험이다.
사시가 될 때까지 눈을 돌릴 게 아니라 머릿속에서 지도를 돌려야 한다.
나는 이 과목이 까다롭긴 하지만 재미있었다.
연습하는 만큼 실력이 쉽게 늘어나는 과목이기도 했다. (센스가 필요하긴 하다.)
흔히 '김여사'라고 불리며 공간지각능력을 저평가 받는 여성 동지들에게는
접해보기도 전부터 어렵겠다고 느껴지는 과목일 수도 있다.
예상 문제집은 서점에서 팔고 있고 한 권 정도만 풀어보면 충분히 익숙해질 수 있다.
*Tip. 유명 포털사이트 네이년에 'The브레인'이라는 유용한 게임이 있다.
심심할 때 IQ 측정하듯이 게임을 하다 보면
산수나 지도 읽기에 도움이 될 테니 활용해보기 바란다.
아참, 한국사.
국사는 공부를 미리 좀 하는 게 좋겠다.
워낙 역사가 깊으신 나라에 태어난 지라 시험 범위가 넓다.
9급 공무원 시험이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중간 급수를 생각하면서 공부하면
충분하리라 믿는다. 문제 유형은 그림이 많거나,
내용을 대단히 꼬아서 나오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숫자나 시대 흐름에 맞는 조직명과 같은 단순 암기가 필요하다.
국사에서 당락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내가 시험볼 때는 다른 과목에 비해 난이도도 높았다.
*Tip. 기업 입사시험을 보면서도 느낀 건데, 과목명이 한국사라고 하지만 근현대사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근래의 역사가 비중이 높다.
[만약 나에게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하루는 고대국가~고려 / 이틀은 조선 / 이틀은 개항기~해방 / 남은 이틀은 1945~현대
이 정도로 분배를 할 것 같다.
문제는 후반부로 갈수록 공부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점.
근현대사를 먼저 공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
6. 면접.
나는 성남비행장에서 면접을 봤다. 간단한 신체검사와 함께 진행했다.
깔끔하게 입고 단정하게 화장하고 가서 씩씩하게 대답하면 된다.
나는 워낙에 튀는 캐릭터라 '무난하다'라는 말만큼 어려운 게 없지만,
정말 무난한 여러분은 잘 해낼 것이다.
참고로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봐 하는 말인데,
우리의 공식적인 주적은 북한이지 미국이 아니다.
미국을 적으로 생각하고 북한을 옹호하는 사람이 있다면…
생각은 자유이긴 한데 군대에는 맞지 않는 사람임이 분명하니
지금이라도 마음을 접길 바란다. 서로가 피곤해진다.
아무튼 면접관으로는 소령 이상 장교가 들어오는 경우가 드물다.
물론 소령도 면접장에서 보면 대단히 높아 보인다.
(또는 그 때까지는 소령이 뭔지도 모를 수도 있다)
기죽지 말고 큰 소리로 또박또박 말을 하고,
입대하면 윗사람 말 잘 듣고
아랫사람 잘 다룰 수 있는 초급 장교가 될 거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면 된다.
정말 어렵지 않다.
7. 최종 코스는 정밀신체검사와 인성, 체력검사이다.
이것은 경남 진주에 위치한 공군교육사령부에 들어가서 진행된다.
나는 3월 중순 쯤 입대해서 7월에 임관할 때까지 훈련을 받았다.
(어머나, 이번 131기부터 여군을 전/후반기에 다 뽑는단다!)
훈련이 2주 줄어서 가假입단 포함 13주만 받으면 된다.
부모님과 눈물의 이별을 하고 일주일동안 가假입단의 시간을 갖는다.
시원하게 머리를 자르기 전이다. 여기서 떨어지면 그냥 집으로 가면 된다.
정밀신검은 피 뽑고 소변 검사도 하고 몸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말만 들어도 그 때가 생각나서 슬프지만,
속옷만 입고 한 방에 모여서 문신이나 항문 검사도 한다.
(걱정 말라. 성별의 구분은 둔다)
생리를 미루기 위해 먹었던 피임약 등이 혈당 수치를 높이는 경우도 있으니
예민한 사람은 입대 전후로 약 같은 것은 먹지 않는 게 좋겠다.
물론 남자들은 입대 당일 새벽까지 주구장창 술만 마시다가 와도
멀쩡히 통과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리고 또 걱정되는 게 체력평가일 것이다.
일단 통과하기는 어렵지 않다.
1.2km 8분 이내, 윗몸일으키기 30초에 12회, 팔굽혀펴기 30초에 5회만 성공하면 된다.
실제로 정신력만 있으면 이 정도는 큰 노력하지 않아도
그 날 당일에 해낼 수 있는 정도다.
그 러 나.
문제는 합격이 아니라 훈련 동안의 체력적 압박이다.
타고난 체력이 아니라면 3km 이상 장거리 달리기는 연습을 해두는 게 좋다.
신체적으로도, 정신건강에도 좋다.
구보에 낙오할 때마다 오는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다.
8. 이 정도 설명으로는 부족한 게 많이 있을 것이다.
2010년도 일이라서 가물가물한 것도 있고, 변경된 것들도 많다.
일단 131기 학사사관후보생 모집요강을 첨부에 올려놓을테니
진짜로 입대를 희망하는 지원자들은 참고하기 바란다.
나는 그리 계획적인 인간은 아니지만..
다음에는 입대 전 준비할 사안들에 대해 정리해 올려보려고 한다.
그런데 내 블로그 누가 오긴 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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