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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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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에 해당되는 글 23

  1. 2013.04.16 # 002. 공군 장교가 되고 싶다면 25
  2. 2013.04.04 # 001. 공군 장교가 되고 싶다면 117
  3. 2013.03.31 여자 구닌을 시작하며4

군 장교가 육군이나 해군에 비해 갖고 있는 도드라지는 장점은!

'오지'나 '전방'에서 근무할 확률이 현저히 낮다는 점이다.

특히나 성남, 수원, 오산 등의 수도권 비행장을 비롯해

광주나 대구처럼 지방이라도 대도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지역에서 근무가 가능하다.

 

물론..

방공포대나 관제사이트라는 무서운 복병이 기다리고 있지만

여군 장교 입장에서만 말하자면

그런 오지에 갈 확률은 굉장히 낮다. (사실 크게 봤을 때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어디가 됐든 공군 장교만 되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는

'시켜만 주십쇼' 정신의 입대 희망자들에게는 이런 이야기가 사치로 들릴 수도 있겠다.

공군 장교에 합격하는 방법은 지난 글에 상세히 올렸으니 참고하면 되겠다.

 

2013/04/04 - [여자 구닌] - # 001. 공군 장교가 되고 싶다면 1

 

이번에 할 이야기는 입대가 확정된 후! 그리고 입대 전! 그 사이間 준비할 점이다.

 

육군은 여군끼리 따로 뽑고 따로 모아서 훈련을 받지만 공군은 다르다.

내가 훈련을 받을 당시 우리 기수(124기)는 인원이 꽤나 많았다.

대략 480명 가운데 여군은 처음에 52명이 입대했고 그 중 48명이 임관했다.

4명은 어디 갔냐고?

 

자진귀향.

[명사] 훈련에 도태되거나 중간에 마음이 바뀐 후보생들이 더 늦기 전에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친절한 제도.

 

 

엄마..... 나야...... (부모님이 따뜻하게 반겨주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그 동안의 시간을 보상받을 수는 없다. 심지어 한 명이 돌아가고 난 다음 날부터 남은 이들은 더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돌아갈까?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지만 오늘은 일단 체력 문제에 집중하겠다.

다른 문제들은 다음 글, 훈련 기간의 글에서 소개하겠다.

 

냉정하게 말해서 여군 장교후보생들은 군에 대한 개념 이해 자체가 부족한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군은커녕 군대, 국방, 군인, 장교 이런 것들에 대한 이해가 없었고 그것은 훈련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내 동기 최모 중위는 장교 후보생은 신체 훈련은 거의 받지 않는 줄 알았다고 했다. 장교니까 그냥 책상에 앉아서 공부만 시킬 줄 알았다고. 무슨 손자병법이라도 공부하는 줄 알았나보지.

나는 그냥 막연하게만 생각했다. 뭐 그냥 좀 힘들겠지, 했다.

그러나 그런 안일한 생각은 입대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훈련에는 도움이 안 된다.

(입대에 왜 도움이 되냐고? 아무 생각 없어야 즐겁게 아무렇지도 않게 입대할 수 있으니까.)

닥치면 다 할 것 같지만, 나는 당연히 52명 중 4명이 아니라 48명에 속할 것 같지만, 막상 들어가면 내 체력이 못 버티는 경우도 정말 있긴 있다.

 

방법은 딱 하나다.

뛰어라.

 

 

 

발목에 팔목에 모래주머니 차고 뛰란 말까진 안 한다. 그냥 실내에서든 밖에서든 뛰어라.

처음에는 3km로 시작하지만 후반부에는 6~8km를 군장 메고 뛰기도 하고 아무리 공군이라도 몇십 킬로를 행군도 한다. 유격장, 화생방훈련장, 사격장도 다 뛰어 올라가야 한다. 나 혼자 슬로슬로퀵퀵 페이스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남자들 페이스에 맞춰서 뛰어야 하고 대열에서 뒤쳐지면 다음 기회는 없다.

근력 운동은 바라지도 않는다. 일단 뛰는 것에 익숙해질 생각부터 해라.

모르긴 몰라도 여기 이 글 읽고 있는 현대여성 여러분 중에 뜀박질이 생활인 사람 많지 않을 거다. 나는 악으로 깡으로 버티긴 했지만 의외로 낙오가 많다. 잘 뛰던 사람들도 뙤약볕에 뛰고 나면 혀물고 쓰러지기도 하는 게 기본군사훈련단에서의 흔한 광경이다. 뛰는 게 익숙지 않다가 갑자기 많은 양의 달리기를 하면 발목이나 무릎, 고관절에도 부상을 입기 쉽다. 그렇게 들어오자마자 목발 짚고 다니는 동기들도 여럿이었다. 알고 있겠지만, 군대에서 아프면 서러움 뿐이다.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 동기들도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도 벅차다.

 

뛰는 게 자신 있고 다른 것을 병행할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독서를 권한다.

나는 15주 동안 책을 접할 수 없다는 게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후반부에는 조금 볼 수 있었지만) 대단한 독서광은 아니지만 세상과 단절되어 지낸다는 게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읽고 싶었던 책, 보고 싶었던 영화, 갖가지 문화생활을 즐기고 들어오길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오길..

나의 훈련일지의 절반은 음식 얘기..인 것 같다.

식탐에 지배당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끌려오는 것도 아니고 하나의 직업으로(또는 경험으로) 본인이 선택해서 들어오는 만큼 여군에 대한 기대는 높은 편이다. 여군이 못하면 5배로 눈에 띄고 또 그만큼 여군이 잘하면 좋은 쪽으로 눈에 띈다. 훈련단에서의 성적이 자신의 군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한 것 같지만 특기와 배속지 결정에 관련이 있는 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훈련단에서 성장해 나가는 자신을 보며 다른 대한민국 여자들은 해보지 않은 알 수 없는 성취감을 누리는 특권이 주어진다.

대한민국 남자들에 대한 미안함. 공감. 고마움. 또 그것을 함께 해나간다는 자신감.

비록 '니들은 오고 싶어서 온 거잖아'라는 손가락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그것까지 생각하기에 훈련은 너무 고되다..

 

하고 싶다는 열의를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입대가 확정된 후! 그리고 입대 전! 그 사이間 준비할 가장 중요한 점 아닐까.

 

 

posted by 주할미

 

2010년 7월 1일. 내 어깨에 달린 다이아.

 

 

든 경험은 그 때 그 때 사소한 변수 하나로 결과가 다 달라지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험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이유는,

큰 줄기를 알고 대처 방법을 익혀두면 일단 반은 성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공군 장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도

인터넷과 서점을 뒤지는 일이었다.

누가 쓴 책은 없나.

블로그에 올려놓은 후기는 없나.

어떻게 하면 멀리 돌아가지 않고 쉽고 빠르게 장교 전형을 준비할 수 있나.

노하우라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현역 장교들은 일단 언론(그게 비록 1인 미디어라 할지라도)에 노출되는 것을

극히 꺼렸고, 정보를 접하는 게 쉽지 않았다.

특히 소수인 여군의 케이스는 더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준비했다.

 

혹시라도 공군 장교가 되고자 하는 성별이 여자이며(남자라도)

임관일 기준 만 27세 이하인

4년제 대학생 또는 졸업생이 있다면(미안하다. 학력제한이 있다)

아래 글을 통해 나도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1. 일단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권한다.

 

2. 또 한 번 생각해도 군인이 천직인지,

아니더라도 3년을 군대에서 보낼 자신이 있는지 숙고하길 권한다.

 

3. 두 번의 생각 끝에도 공군 장교가 되어야겠다는 결론이 난다면

이제는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어차피 장교가 되기로 결심했다면 진짜 되어야 하니까.

 

4. 개인적인 배경을 먼저 설명하겠다.

나는 지원 당시 만 24세였다.

일반전형 지원서를 11월 내 생일 지나서 접수 받기 시작했으니까.

공군 학사장교 여군은 1년에 1회만 뽑았었었었었었다.

(올해부터 바뀐 모양이다!!! 이번 131기부터 여자어린이들을 모집한단다.)

재수생활 없이 대학생활을 했고 1년간 휴학하고 4학년 졸업을 앞둔 학기에

약간은 즉흥적으로 입대를 결심했다.

키는 165cm이고

몸무게는 55kg을 넘어본 적이 없었다.(입대 전에는 말이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능력인 근력과 심폐지구력은

매우 부족한 편이었다.

대학 때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은 것은 아니나

당원 가입이나 집회 참석 등의 화려한 경력은 없다.(이것 또한 의미가 있다)

 

5. 지원자들의 관심이 가장 많은 것으로 예상되는 필기시험.

영어, 국사, 인지능력평가, 상황판단평가, 직무성격평가로 이루어진다.

이 중 영어는 공인영어성적(토익, 텝스, 토플)으로 대체한다.

(내 영어 성적이 궁금하면.... 댓글을 이용해주길 바란다.)

인지능력평가는 4과목으로 이루어져있는데 배점이 가장 크고

시험 유형이 조금은 생소하다.

 

언어논리력

수능 언어보다는 약간 까다롭고

행정고시 1차시험인 PSAT보다는 절대적으로 쉽다고 생각하면 된다.

평소 언어적 감각이 뛰어나다고 평가 받아 온 나에게는 비교적 쉬운 파트에 속했다.

 

자료해석

통계자료를 보고 분석하는 능력을 테스트하는 과목이다.

빠른 두뇌회전을 필요로 하지만 연습을 통해 충분히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지각속도

그러니까 말 그대로 시각 감각을 통해

얼마나 빨리 원하는 바를 찾아낼 수 있느냐 묻는 건데, 이게 어렵다.

숫자를 2398491847934823948 이렇게 줘놓고 8이 몇 개나 들었는지 맞추는

그런 문제가 나온다. (답은?  4개)

문제는 시간을 굉장히 조금 준다는 건데, 내 기억에 3분 동안 30문제를 풀어야 했다.

배점도 크지 않고 응시자의 수준이 다 비슷할 테니 욕심 부리지 말고 절반만 풀고

푼 건 다 맞춘다는 생각으로 답안지나 밀리지 않도록 하는 게 올바른 전략이다.

 

마지막으로 공간능력

시험지에는 지도가 그려져 있는데,

그것을 손대지 않고 왼쪽 오른쪽 뒤집어서 등

여러 방향에서 봤을 때 어디에 어떤 건물이 있을지를 맞추는 시험이다.

사시가 될 때까지 눈을 돌릴 게 아니라 머릿속에서 지도를 돌려야 한다.

나는 이 과목이 까다롭긴 하지만 재미있었다.

연습하는 만큼 실력이 쉽게 늘어나는 과목이기도 했다. (센스가 필요하긴 하다.)

흔히 '김여사'라고 불리며 공간지각능력을 저평가 받는 여성 동지들에게는

접해보기도 전부터 어렵겠다고 느껴지는 과목일 수도 있다.

예상 문제집은 서점에서 팔고 있고 한 권 정도만 풀어보면 충분히 익숙해질 수 있다.

Tip. 유명 포털사이트 네이년에 'The브레인'이라는 유용한 게임이 있다.

심심할 때 IQ 측정하듯이 게임을 하다 보면

산수나 지도 읽기에 도움이 될 테니 활용해보기 바란다.

 

아참, 한국사.

국사는 공부를 미리 좀 하는 게 좋겠다.

워낙 역사가 깊으신 나라에 태어난 지라 시험 범위가 넓다.

9급 공무원 시험이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중간 급수를 생각하면서 공부하면

충분하리라 믿는다. 문제 유형은 그림이 많거나,

내용을 대단히 꼬아서 나오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숫자나 시대 흐름에 맞는 조직명과 같은 단순 암기가 필요하다.

국사에서 당락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내가 시험볼 때는 다른 과목에 비해 난이도도 높았다.

*Tip. 기업 입사시험을 보면서도 느낀 건데, 과목명이 한국사라고 하지만 근현대사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근래의 역사가 비중이 높다.

[만약 나에게 일주일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하루는 고대국가~고려 / 이틀은 조선 / 이틀은 개항기~해방 / 남은 이틀은 1945~현대

이 정도로 분배를 할 것 같다.

문제는 후반부로 갈수록 공부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점.

근현대사를 먼저 공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

 

6. 면접.

나는 성남비행장에서 면접을 봤다. 간단한 신체검사와 함께 진행했다.

깔끔하게 입고 단정하게 화장하고 가서 씩씩하게 대답하면 된다.

나는 워낙에 튀는 캐릭터라 '무난하다'라는 말만큼 어려운 게 없지만,

정말 무난한 여러분은 잘 해낼 것이다.

참고로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봐 하는 말인데,

우리의 공식적인 주적은 북한이지 미국이 아니다.

미국을 적으로 생각하고 북한을 옹호하는 사람이 있다면…

생각은 자유이긴 한데 군대에는 맞지 않는 사람임이 분명하니

지금이라도 마음을 접길 바란다. 서로가 피곤해진다.

아무튼 면접관으로는 소령 이상 장교가 들어오는 경우가 드물다.

물론 소령도 면접장에서 보면 대단히 높아 보인다.

(또는 그 때까지는 소령이 뭔지도 모를 수도 있다)

기죽지 말고 큰 소리로 또박또박 말을 하고,

입대하면 윗사람 말 잘 듣고

아랫사람 잘 다룰 수 있는 초급 장교가 될 거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면 된다.

정말 어렵지 않다.

 

7. 최종 코스는 정밀신체검사와 인성, 체력검사이다.

이것은 경남 진주에 위치한 공군교육사령부에 들어가서 진행된다.

나는 3월 중순 쯤 입대해서 7월에 임관할 때까지 훈련을 받았다.

(어머나, 이번 131기부터 여군을 전/후반기에 다 뽑는단다!)

훈련이 2주 줄어서 가假입단 포함 13주만 받으면 된다.

부모님과 눈물의 이별을 하고 일주일동안 가假입단의 시간을 갖는다.

시원하게 머리를 자르기 전이다. 여기서 떨어지면 그냥 집으로 가면 된다.

정밀신검은 피 뽑고 소변 검사도 하고 몸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말만 들어도 그 때가 생각나서 슬프지만,

속옷만 입고 한 방에 모여서 문신이나 항문 검사도 한다.

(걱정 말라. 성별의 구분은 둔다)

생리를 미루기 위해 먹었던 피임약 등이 혈당 수치를 높이는 경우도 있으니

예민한 사람은 입대 전후로 약 같은 것은 먹지 않는 게 좋겠다.

물론 남자들은 입대 당일 새벽까지 주구장창 술만 마시다가 와도

멀쩡히 통과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리고 또 걱정되는 게 체력평가일 것이다.

일단 통과하기는 어렵지 않다.

1.2km 8분 이내, 윗몸일으키기 30초에 12회, 팔굽혀펴기 30초에 5회만 성공하면 된다.

실제로 정신력만 있으면 이 정도는 큰 노력하지 않아도

그 날 당일에 해낼 수 있는 정도다.

그 러 나.

문제는 합격이 아니라 훈련 동안의 체력적 압박이다.

타고난 체력이 아니라면 3km 이상 장거리 달리기는 연습을 해두는 게 좋다.

신체적으로도, 정신건강에도 좋다.

구보에 낙오할 때마다 오는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다.

 

8. 이 정도 설명으로는 부족한 게 많이 있을 것이다.

2010년도 일이라서 가물가물한 것도 있고, 변경된 것들도 많다.

일단 131기 학사사관후보생 모집요강을 첨부에 올려놓을테니

진짜로 입대를 희망하는 지원자들은 참고하기 바란다.

 

제131기 학사사관후보생 모집요강(최종).hwp
0.00MB

 

나는 그리 계획적인 인간은 아니지만..

다음에는 입대 전 준비할 사안들에 대해 정리해 올려보려고 한다.

 

그런데 내 블로그 누가 오긴 오는 걸까?

 

 

posted by 주할미

즉흥적으로 이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야 겠다는 거창한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자의식 과잉에 의한,

남들보다 다소 일찍 쓰는 '부분 자서전' 정도로 표현하는 게 맞겠다.

 

아마 내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

(이 타이틀은 볼 때마다 참 잘 지었단 생각이 든다.)

공군 중위이고 이제 여름이면 전역한다.

나는 여자이다.

그리고 3년 만에 전역을 한다.

직업으로 군복무를 하지 않는 단기장교라는 뜻이다.

지난 3년 간 친구들, 선배장교들로부터 '왜?'라는 질문을 많이도 받아왔다.

친구들은 '왜 군대에 갔는지(왔는지)'를 물었고,

선배장교들은 '왜 그냥 나가는지(이럴 거면 대체 여길 왜 기어들어 왔는지)' 물었다.

정말 나도 잘 모르겠어서 나도 잘 모르겠다는 대답으로 일관해왔지만,

아마 글을 쓰다보면 나도 나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은.

 

비판적 글쓰기, 그러니까 비판 받을만한 글을 쓰는 것에 알러지가 있는 나는

내 글을 보고 누군가 비평하고 좋지 않은 소감을 늘어놓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대학신문사에서도 피드백의 공포와 싸워야 했고

그래서 늘 논리적으로 큰 결점이 없는,

그러나 동시에 색깔도 재미도 없는 글만 내놓았다.

나는 절대 다수의 지지를 받는 글만 쓰고 싶어 했다.

그럴수록 내 글은 재미가 없어졌고, 그걸 보완하려고 자꾸 문장에 힘을 주었다.

자꾸 무엇을 가르치려 들었다.

어떤 사회적 의미가 없으면 밋밋하게 느껴졌다.

사소한 감동을 놓쳤다.

반성한다.

 

여전히 두려움이 앞서지만. 나는 오늘.

소통을 위한 글쓰기의 첫 걸음으로 즉흥블로그를 시작한다.

 

 

posted by 주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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